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권가는 '고환율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며 환율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453.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453.10원까지 올랐다. 한때 다시 1450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해 1450원대에서 야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연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를 선반영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횟수가 기존 4회에서 2회로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FOMC 참여자들이 차기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 즉 관세 부과에 대한 예상을 전망에 반영했음을 인정했으며 결국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가 크게 축소된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전망을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도 시장 안정화 조치에 들어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어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공단 간 외환스와프(FX Swap) 거래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면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대신 외환당국에서 달러를 활용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시장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기존에 제시한 2025년 상반기 평균 환율은 1380원이었는데 상반기 평균 환율을 1400원 초반으로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1500원 돌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FOMC가 매파적이었던 만큼 이를 반영해 1450원을 웃돌며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 달러화의 강세가 주춤해지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추가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우려하는 1500원 상향 돌파 가능성은 낮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효하다면 연말까지 1400원 초중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1300원대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