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 운영의 키를 잡았는데 최악의 항공기 참사가 발생해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난 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석인 상황에서 인명사고 대응 경험이 전무한 기획재정부가 제주항공 참사 대응의 전면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최 권한대행이 무안으로 직접 내려가 현장을 챙기면서 그간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왔던 'F4'(Finance 4) 회의 등 경제 정책을 제대로 챙기기 힘들어진 탓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소추안 국회 통과로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여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날 최악의 항공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최 권한대행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최 권한대행은 F4회의가 열리는 동안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진행하고, 곧장 전남 무안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분양소를 찾아 참배했다. 최 권한대행이 참석하지 못하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주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라며 "국제사회가 한국의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수습을 계기로 정례화된 F4 협의체는 12.3 계엄사태 이후 매일 회의를 열고 신속히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시장 변동폭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대신 참석하는 것도 각 기관간의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외환·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F4 협의체는 메시지 자체보다 '경제 투톱'인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수시로 대면 협의를 이어가며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상징성이 컸던 탓이다.
특히 148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2년 연속 1%대 저성장 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 등 경제팀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경제부총리가 국방·외교·재난대응 등을 모두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인한 정치불안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경제 대응을 원활히 활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