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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저성장 공포 확산… 전문가 "정치 불안, 경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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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저성장 공포 확산… 전문가 "정치 불안, 경제 직격탄"

환율 1500원대 진입 가능성에 경제위기
전문가들 "외환위기급 충격 발생 가능성 제한적"
"정치 불안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에 직격탄"
"구조개혁 시기 놓치면 장기 저성장 진입"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 지수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2398.94)보다 42.98포인트(1.79%) 오른 2441.92,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86.63)보다 19.13포인트(2.79%) 상승한 705.76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6.6원)보다 1.8원 오른 1468.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 지수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2398.94)보다 42.98포인트(1.79%) 오른 2441.92,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86.63)보다 19.13포인트(2.79%) 상승한 705.76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6.6원)보다 1.8원 오른 1468.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올해부터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위기에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겹겹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외환외기급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치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들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시적으로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는 등 원·달러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불안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되면 환율이 1500원대 진입하고 심지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마땅한 환율 하락 재료가 없다"면서 오히려 1월에는 대외적으로는 강달러 압력이 재확대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따른 환율 상방 압력이 더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까지 1300원대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하더니 12·3 비상계엄 사태로 1440선도 내줬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80원선도 깨졌다.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이 소진되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달러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가치는 다른 주요국 대비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값은 5.1%나 떨어져 주요 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브라질(-21.5%), 아르헨티나(-21.6%), 멕시코(-17.7%), 튀르키예(-16.3%) 이어 다섯 번째로 하락률이 컸다.

고환율발 경제위기론에 불을 지핀 것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국책연구원이 보고서 통해 위기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다. KDI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외환보유액 등을 이용해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면서 "다수 신흥국에서 외환보유액 소진 후 외환위기가 발생한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급 대형 경제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내 정치 불안이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달 12.3 계엄사태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41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환율은 단기적인 발작 같은 것으로 일시적으로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지만 정치 불안이 점차 해소되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도 "현재 환율은 트럼프 트레이드,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국내 정치 불안 등 3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조금 급하게 올라온 면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형 위기 발생 가능성 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 잠재성장률도 조만간 1%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까지 낮아졌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 경기 하강이 아니라 이제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20년 후에에도 성장히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 대응, 산업구조 개혁,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