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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육박한 환율에도 오히려 늘은 외환보유액…환율방어선 후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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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육박한 환율에도 오히려 늘은 외환보유액…환율방어선 후퇴 가능성

환율 상승 사실상 용인한 외환당국, 4000억달러 붕괴 우려 컸나

원·달러 환율이 장중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480원선을 돌파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원·달러 환율이 장중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480원선을 돌파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86.70원까지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증가하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글로벌 강달러 추세에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무리하게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기 보다는 환율 방어선을 1500원선까지 후퇴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1469.7원) 대비 9.4원 하락한 1460.3원으로 출발한 뒤 1453.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공약을 일부 변경할 수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날 소폭 하락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달 3일 원·달러 환율이 1405.5원으로 개장해 1400~1410원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수준의 환율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한 달 전 (4153억9000만 달러)보다 2억1000만 달러 늘었다. 12.3 계엄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급격히 소진해 4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일반적을 3·6·9·12월 등 분기말은 시중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국은행에 달러 예치금을 넣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외환당국이 달러 물량 소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라는 평가다.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4000억 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시장 불안 심리가 급격히 확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당국이 '적극 개입' 보다는 다른 수단을 활용해 시장 안정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실탄을 최대한 아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환율이 다시 치솟을 경우, 분기말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1월과 2월에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방어선을 1500원선까지 넉넉히 후퇴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 상방 압력이 너무 큰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에 개입했다가 외환보유액만 소진시키고 목표 환율 달성에는 실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에 환율 상승을 일부 용인하더라도 심리적 방어선인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를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2월 외환보유액이 전월 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소 규모로 떨어졌다"면서 "2021년 4600억 달러를 넘겼던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