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원대까지 내렸던 원·달러 환율 다시 1470원대로
전문가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걷혀야 안정될 것"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위험분산) 추정 달러 매도 물량으로 안정세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 관세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다시 출렁이고 있다.전문가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걷혀야 안정될 것"
올해 들어 사실상 국민연금 환 헤지 소식이 유일한 원화 강세 재료였지만 트럼프발(發) 강달러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보편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환율이 다시 150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1475.50원까지 올랐다. 이날 야간 종가(11일 오전2시 기준)는 1472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1486.7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새해 들어 더 오르지는 않고 1440~1470원대에서 움직였다. 특히 지난 7일에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1444.5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란 국민연금이 보유한 모든 해외 자산에 대한 환 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높이는 것으로 달러 가격이 높을 때 팔아 운용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은 지난해 10월 기준 4800억 달러로 전략적 환 헤지가 최대로 이뤄지면 시장에 약 480억 달러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지난 7일과 8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늘은 것을 두고 국민연금으 전략적 환 헤지 매물 일부 풀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전략적 환 헤지 가동 전략이 노출될 경우 매도에 나서기도 전에 원화 가격이 올라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 안정 효과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으로 강달러 기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시장개입이 일부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위해서는 미국 경기 둔화 시그널 강화와 완연한 약달러, 국내 정국 불안 해소 및 경기 부진 완화 가 충족돼야 하는데 아직은 어떤 것도 충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의 기대와 우려가 정점을 찍고 완화되기 시작하면 달러 가치도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과거 트럼프 1기 때에도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취임 직전까지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달러가 빠르게 상승하다가 취임 이후에는 달러 강세가 서서히 완화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보편적 관세 실행 시 미국 경제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하면 공약보다 실제 정책은 축소되어 실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