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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금융권 피로감 가중… 호실적 발표 앞두고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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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금융권 피로감 가중… 호실적 발표 앞두고 '초긴장'

野, 은행법 개정 움직임… 李, 특정 매체 광고비 거론도 부담
금융당국도 '매운맛' 예고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금융권 장악력 높일듯
4대 금융, 역대 최대 순이익 올릴듯… '이자장사' 비판에 표정관리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5일 KB금융, 6일 신한금융, 7일 우리금융 순으로 4대 금융지주가 실적발표에 나선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ATM기 앞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5일 KB금융, 6일 신한금융, 7일 우리금융 순으로 4대 금융지주가 실적발표에 나선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ATM기 앞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엄과 탄핵 사태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은행권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정기검사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루고 '매운맛'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높은 수위의 정기검사 결과를 예고했다. 야당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이례적으로 6대 은행장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특정 매체의 광고 집행까지 문제 삼으며 논란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역대급 호실적도 은행권에게는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예대금리차를 확대한 만큼, 경기 불황 속 '이자장사'에 몰두했다며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거세질 수 있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5일 KB금융, 6일 신한금융, 7일 우리금융 순으로 4대 금융지주가 실적발표에 나선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13.03% 증가한 16조9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5309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실적 발표를 앞둔 은행권은 표정관리에 애쓰면서 호실적에 따른 후폭풍에 분주하게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8월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해 수요를 조절한 만큼, 경기 불황 속 '이자장사'에 몰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국 주도권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야당은 모두 은행의 이자장사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장을 소집해 은행권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이날 이 대표는 벌써부터 대권 행보에 나섰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가산금리 인하, 횡재세 등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매체에 대한 은행들의 광고비 집행을 거론하는 등 은행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매체는 금융권 광고가 끊기자 백지광고를 내며 대응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언론 탄압에 나섰다며 비판하면서 은행권은 광고 집행까지 눈치를 보는 상황에 놓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선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곤혹스럽다"면서 "여야 모두 금융권에 대한 장악력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실적 발표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4일 KB·우리·NH농협 등 각 금융지주와 은행의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검사 결과 발표는 지난해 연말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두 차례 연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위법 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며 높은 수위의 검사 결과를 예고한 바 있는데 두 차례 연기한 만큼 정국 혼란 속 스포트라이트를 뺐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