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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 빠진 韓 성장률 1.5%도 위태…"상방요인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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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 빠진 韓 성장률 1.5%도 위태…"상방요인이 안보인다"

25일 한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5%도 위태롭다는 우울한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낮아져 1% 초반대의 전망도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반등할 만한 상방 요인을 찾기가 어렵고, 더 나빠질 시나리오는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도 본격화되는 만큼, 향후 1% 저성장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예기치 못한 12·3 계엄사태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2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전인 지난달 중간발표 형식으로 올해 성장률이 1.6~1.7%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한 달 새 전망을 더 내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분석 당시 정치 불확실성의 경기 하방 효과를 0.2%포인트(p) 정도로 판단했는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따른 리스크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수준 정도만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전쟁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023년 11월 처음으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였다. 하지만 악재가 거듭되면서 지난해 5월 2.1%, 8월 2.1%, 11월 1.9%에 이어 1% 초중반대까지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미 해외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피치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말 평균 1.7%에서 올해 1월 말 1.6%로 0.1%p 하락했다. 특히 씨티는 1.5%에서 1.4%로 낮췄고, JP모건도 1.3%에서 1.2%로 내렸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가장 낮은 1.1%를 제시했다.

문제는 연말로 갈수록 성장률이 반등할 요인을 찾기 어려운 반면, 끌어내릴 요인은 많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장 전망 조사에서 '일정 기간 하락 후 반등해 가파른 성장 지속'이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64명이 '상당 기간 성장 정체'라고 대답했고, 35명은 '일정 기간 하락 후 완만한 속도로 회복세를 지속'이라고 답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올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말까지 경기가 좋아질 요인을 찾아보기 매우 힘든 상황으로 1.5%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현재로서는 기본적으로 1.6%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무역전쟁 심화로 수출 타격이 본격화되면 1.5%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성장률을 반등시킬 만한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추경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잠재성장률 하락이 본격화되는 만큼, 성장 엔진이 꺼지기 전에 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