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등 위기 버팀목이던 경제·금융·통화당국 공조체제
이복현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정부와 날세워 '균열 감지'
이복현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정부와 날세워 '균열 감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정부와 날을 세우고 있는 이 원장이 별다른 이유 없이 회의에 불참하는 등 돌출 행보로 경제·금융에 대한 신뢰감에 금이 가고 있다. 그간 유지해온 경제·금융·통화당국 간 긴밀한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길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3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의 돌출 행보로 그동안 경제 충격의 최후 보루 역할을 했던 'F4(Finance 4) 협의체'가 삐걱대고 있다.
F4 회의는 경제·금융 최고책임자들이 매주 금요일 아침에 모여 금융시장 현안과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 참여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 원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 28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 불참했다. 이 원장은 전날 밤늦게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외부 일정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음에도 F4 회의에 불참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날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는데 이 원장의 불참을 두고 정부 의견이 거부권 행사로 기우는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지난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매주 모임을 갖고 각종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 F4 협의체의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F4 협의체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F4 회의는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경제·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이 모여 발 빠르게 유연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뱅크런,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응책 등을 연달아 마련해낸 곳이 F4 회의다. 특히 12·3 계엄사태 직후 발 빠르게 모여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조치 시행을 결정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대외신인도 하락 위기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다.
F4 회의의 공조에 금이 가면서 법제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은 F4 회의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법제화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F4 회의가 경제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고, 논의하는 안건과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들이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회의의 구성이나 요건조차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면서 "F4 회의에서 결정하는 정책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F4 회의를 법제화하고 회의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 이에 따른 관련 법 개정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