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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 ‘밑 빠진 독’… 외환보유액 심리적 저항선 4000억 달러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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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 ‘밑 빠진 독’… 외환보유액 심리적 저항선 4000억 달러 붕괴 우려

12·3 계엄사태·트럼프 대통령 관세전쟁 등 불확실성 이어져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2.9원)보다 0.1원 오른 1473.0원으로 출발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2.9원)보다 0.1원 오른 1473.0원으로 출발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발(發) 관세 전쟁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12·3 계엄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자 환율 방어에 대규모 달러를 활용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국내외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4000억 달러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전쟁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최근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가 붕괴된 후 지속적인 누수에 시달리고 있다.

한은은 3일 올해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현황을 공개한다.

앞서 발표된 올해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8억 달러 감소한 4092억1000만 달러였다. 1월(-46억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인 데다 2020년 5월 말(4073억 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에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온 외환보유액이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선을 지킬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37억5500만 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말까지 1400원을 밑돌았는데 12·3 계엄사태로 환율이 1486.70원(지난해 12월 27일 장중)까지 치솟으면서 12월에 집중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환율이 1420~1470원대에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당국의 개입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기말 효과로 3월 외환보유액 감소폭이 예상보다 적거나 반등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로 3·6·9·12월 등 분기말은 시중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 예치금을 넣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으면 결국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붕괴는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기로 예정된 2일을 전후로 환율이 급등할 수 있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외환보유액 대규모 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에는 경기 순환적, 금융 분야의 충격이었지만 이번에는 구조적인 충격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동력이 꺼지고 고령화 등 구조적인 충격이 지속될 경우 외환보유액 불안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 환율이 최악의 경우 1500원대까지 요동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를 금융시장이 대형 악재로 인식할지 혹은 불확실성 해소로 판단할지에 따라 달러화 흐름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면서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