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으로 겹악재를 맞았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ifo 경제연구소 설문 조사 결과 독일의 자동차업체 5분의 2 이상이 주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가 이어지던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향후 주문에 대한 기대치 역시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폴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기가 침체하는 등의 악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3.7% 감소한 15억7600유로(2조3522억원)로 집계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폭스바겐은 독일 내 3개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공장도 축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독일 내 자동차 일자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4만6000개 감소했다며 2035년까지는 최대 19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독일 자동차 업계 일자리는 약 91만개인데 이 중 20%가량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독일차의 미국 수출길이 좁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독일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벤츠, BMW, 폭스바겐 자동차가 수백만 대 있다"며 독일차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자동차 관세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