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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유주의 동맹, '세계의 공장' 중국과 분열땐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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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유주의 동맹, '세계의 공장' 중국과 분열땐 파국

미국 조야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중국이 과연 전략적 동반자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피해(상품 가격의 엄청난 상승, 물가 상승,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생활 수준 하락)를 감내하는 가운데 제재 반대편에서 자국의 이익만 탐닉하는 중국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는 세계 12위 수준이지만 에너지와 식량 부문에서 전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다.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의 약 28%, 세계 상품 교역의 18%를 차지한다.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이 제 구실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초래한 전쟁의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 경제 고통이 닥칠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세계화의 흐름에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이라는 대체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누구도 중국을 감히 흔들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중국이 멈추면 세계도 동시에 멈추는 구조다.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이 흑심을 품게 되면 무너진다.

◇ 탈세계화, 대분열의 서곡


미국, 영국, 유럽 및 그 동맹국들은 현상 유지를 뒤집으려는 러시아를 제재함으로써 자유주의 동맹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이 러시아를 돕거나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과 자유주의 동맹은 중국에게 유사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의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미국이 수립한 규범에 의한 질서,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물론 중국은 이 제재 여파를 상호대응으로 맞서며 대응할 것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파국이다.

베이징은 최근 제재 대응 법안을 통과시켰다. 비자 취소 및 자산 동결을 포함하는 처벌과 함께 서방의 제재를 준수하는 모든 회사에 대해 제재 목록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법에 대한 회색 해석을 유지하기를 좋아하는 중국 공산당의 전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자명하다. 파국이다.

중국은 물론 홍콩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사회가 회사의 기능을 유지하고 현지 관리자가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사업을 철수해야 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유주의 동맹과 중국과의 단절은 대분열(Great Split)이 될 것이다.

◇전대미문의 다가올 고통


대분열은 대부분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에 가했던 무역규제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자유주의 동맹의 제재를 경험하면서 미래의 제재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해법을 강구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서방의 제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미국이 행한 무역 전쟁과 중국에 대한 투자 블랙 리스트 발발 이후 본격화되었다.

방어에는 여러 수단이 있다. 하나는 기술을 포함해 국가를 보다 자립적으로 만드는 ‘이중 순환’ 전략이다. 수출과 내수 투트랙 전략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이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여 중요한 제품(식품 및 연료)을 구매하기 위해 자체 통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위안화 블록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脫달러화’는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며 디지털 위안화의 채택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세 번째 방어 형태는 월스트리트 투자에 중국을 개방하는 것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미국 투자자들은 1조2000억 달러의 중국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1조1000억 달러, 부채 1000억 달러다. 대분열이 발생할 경우 이 금액의 상당 부분 또는 전부를 잃게 된다. 이는 미국 투자자 커뮤니티가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자유주의 동맹의 경계감은 아직 미흡하다. 서구의 계획은 초보적 단계이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1914년의 영국과 독일, 1941년의 미국과 일본은 모두 전쟁을 막지 못한 고도로 통합된 경제 관계였다. 당시 서방 지도자들은 상대를 너무 쉽게 보고 대비가 부족했다. 지금 서방의 중국 대응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제 자유주의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있지만 원자재에서 교육 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중국이 서방 국가에 주는 영향력의 폭과 깊이에 대한 이해는 아직 종합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포함해 현대 경제에 필수적인 17개 원소로 구성된 희토류의 경우도 서방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

미국 관리들은 이제 중국 광물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소재 마운틴 패스 희토류 광산 재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마운틴 패스에서 채굴된 광석은 미국에서 사실상 가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가공을 위해 중국으로 보내진다.

이것은 서구의 제조 및 방산 산업이 희토류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치명적인 전략자산의 부재다. 예를 들어 각 F35 전투기에는 416㎏의 이러한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호주는 자급자족하기 위해 일부 처리 시설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구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중국은 영국의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영국은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없으면 많은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황폐해질 수 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및 기타 영국 은행들이 중국과 홍콩에 6000억 달러 대출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많은 수익을 이전 영국 식민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융산업 전반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대분열이 일어나면 절망적이지만 가장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부문은 역시 마이크로칩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다.

전 세계 경제 중심에는 모바일에서 자동차,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동하는 컴퓨터 칩이 있다. 컴퓨터 칩 산업의 중심은 대만이다.

TSMC는 반도체 제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며 상위 10개 회사 중 4개 회사가 대만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마이크로칩의 92%가 대만에서 생산된다.

세계는 이미 코로나로 마이크로칩 부족을 경험했다. 반도체 공급망 중단은 지난 1년 반 동안 산업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2021년 자동차 산업에 210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다. 영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6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과의 충돌이나 제재로 인한 피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코로나로 인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칩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서방 국가에 칩을 수출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할 경우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서구의 산업 및 소비 경제는 상당기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서구 정부와 기업은 대분열에 대비해야, 경제안보 중요성 고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현재다. 정부와 기업은 최소한 대분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분열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탈세계화는 진행 중이다.

공급망 온쇼어링(onshoring of supply chain)과 전략적 상품 비축량(strategic reserve of goods) 설정과 같은 필수 트렌드는 코로나 유행으로 이미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에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은 대비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같은 만행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침략의 시기가 언제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베이징 일각에서는 2027년 이전이 그 시간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자유주의 동맹이 행동을 취할 마지노선이다. 만일의 사태는 곧 시작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르지 않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들도 세계사의 대전환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경제안보 대전략을 시급히 마련할 때다. 세계화의 흐름이 지속될지 아니면 탈세계화 흐름으로 진행될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운을 건 전략을 마련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중국의 변화 시도는 우리에게 운명적 진로를 결정하는 도전이다. 선제적인 대응이 문제 해결을 용이하게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