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폭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원인은 유럽이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 유럽은 값싼 연료에 눈을 돌렸다. 러시아를 믿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그 결과 30여 년이 지나서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자 무장해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독일은 러시아와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을 하면서 값싼 에너지 수혜와 국방 분야 부담을 경감하면서 세계 4위 경제부국 위상과 복지를 누려 왔지만 올 겨울 에너지 수급을 당장 걱정해야 할 처지이고 무역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당장 유럽은 추운 겨울에 대비해 천연가스 저장고를 채워야 하는데 겨울을 무리 없이 나려면 80~90% 이상을 담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40~50%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수입처인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거나 러시아를 제재할 경우 7월 중순 이후 가스관을 완전히 잠근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푸틴은 서구 일각에서 나오는 전쟁이 9월이나 올 연말에 종료될 것이라는 추측을 비웃으며 아직 제대로 된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며 장기전이 될 수 있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이나 카타르, 아시아 국가로부터 LNG 선박을 통해 액화된 가스를 공급받고 있지만 이를 저장할 터미널이 아직 부족하다. 터미널에서 내륙으로 옮기려고 해도 차량이 충분하지 않다.
유럽은 이제 20개 정도 터미널을 신규로 건설하려고 한다. 완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은 이러한 부족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어 자유 시장경제임에도 가스를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해 관리하기로 했다.
독일은 비상사태를 이미 검토했고 배급제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선두로 G7과 나토 등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 등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지만 제재의 효과는 너무도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재가 오히려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푸틴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외부 위협에 더 강하게 결속하고 있으며 푸틴은 식량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과 달리 장기전을 펼치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제재가 러시아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과 인도 등의 러시아와 교역 확대로 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에너지 대란과 식량난으로 초인플레이션이 도래함에 따라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은 더 고통받고 있다.
전쟁이 더 장기화되고 제재가 지금처럼 진행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유럽 모두 힘들어진다. 대체할 자원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재는 모두에게 고통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