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위해 추진하는 비전 2030은 세계 엑스포 2030 리야드 유치와 직결된다.
네옴은 그리스어로 ‘새롭다’는 뜻의 그리스어 ‘νέος’와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mustaqbal’을 결합한 합성어다. 네옴은 모든 것이 최첨단이라는 말이 된다.
홍보 동영상엔 히잡을 쓰지 않고 일하는 여성, 풍력 발전소, 태양광 발전소, 첨단 연구단지, 쾌적한 아파트,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 파티 장면이 있다.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ㆍ개발 모델로 꼽히는 UAE 두바이가 모델이다.
빈 살만은 5000억 달러의 예산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변화시키고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의 시험장 역할을 할 신도시를 건설하려고 한다. 왕세자의 비전은 오늘날 도시와 다른 양상이다. 최신 기술을 반영한 완벽 스마트도시를 지향한다.
빈 살만은 2017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국제 투자자에게 최초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로 네옴을 소개했다.
네옴 지역은 사우디인들도 거의 방문한 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미래 국가의 생활 허브가 되려는 도시다.
네옴은 하늘을 나는 엘리베이터, 도시의 우주공항, 이중나선 모양의 건물, 꽃이 만발한 거리를 표방한다. 태양이 그을린 홍해 해안에서 험준한 산의 황무지로 뻗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끝에 있는 네옴은 여름 기온이 37도가 넘고 담수가 거의 없다.
그러나 빈 살만은 이스라엘에서 볼 수 있는 담수화 플랜트와 완전히 재생 가능한 전력망에 의존하여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수백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꿈꾼다.
네옴 신도시 건설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간의 노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도 한다. 30년 전만 해도 두바이의 대부분은 사막이었다.
빈 살만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가 된 이후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을 개혁했다. 많은 종교적 제한을 없애고 여성에게 노동의 기회를 제공했다. 10대들은 음악 축제에서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머지않아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부패와 종교적 극단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비평가들은 여전히 1인이 지배하는 겉치레의 편리함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개발에 착수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네옴은 천문학적 자금과 거의 절대적 통치자에게도 엄청난 도전이 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와 전쟁 등으로 많은 차질을 겪고 있다. 특히 빈 살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려는 욕망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네옴 건설에 참여했던 저명한 도시 기술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신기루 같은 계획이며 객관적으로 현실과 결부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수 세대에 걸쳐 살았던 원주민을 이주시키려는 과정에서 저항이 격렬했고 총격전도 있었다. 수십 명의 직원들이 혹독한 작업 환경과 과도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잘 보이지 않는 데 실망해 회사를 그만뒀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 반대자들은 수감되기도 했다.
특히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일부 작가와 비평가의 살인 뒤에 권력자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왕세자는 관여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무산되었고 많은 사업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네옴과의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빈 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네옴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을 끄는 프로젝트 가운데 비용이 많이 드는 네옴 스키 리조트는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2000만 톤 이상의 암석을 제거해야 하는 산악지대 옆에는 인공 호수를 건설하고, 이 경우 풍경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야 한다.
많은 분야별 전문가들과 기술자, 근로자들이 대부분 한 곳에서 합숙을 하는데 아주 고가의 급여로 채용되었지만 일이 너무 힘들고 생활환경의 차이 등 때문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1년 1월, 빈 살만은 사우디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네옴의 가장 파격적인 요소인 라인이라는 ‘문명 혁명’을 소개했다. 100마일 길이의 ‘선형 도시’를 탄소 배출량 제로(0)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100만 명의 거주자는 필수 편의 시설에서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차 없는 땅을 누릴 수 있으며 유틸리티 복도와 고속 열차는 화물 이동을 위한 기반 시설과 함께 지하로 움직인다.
네옴을 추진하는 빈 살만과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세부 계획은 모두 초현대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5000억 달러에서 시작해서 1조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는 이 최첨단 도시가 과연 인류의 미래인가에 대한 회의가 있다.
80억 명이 사는 지구는 곧 인구 100억 명이 살게 될 것이지만 기후변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지구촌 대부분의 비도시 지역과 도시 지역에서 사람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는 데 있어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를 투입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철저히 돈으로 조성한 네옴시티가 과연 천국으로 보여질 것인가? 누구나가 살 수 없는 선택된 자들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인류에게 미래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좀 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함께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공간, 기술과 문화가 역동적으로 활용되는 도시가 미래에 더 바람직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