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세계질서 재편을 주목하면서 이제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향후 2030년, 2040년, 2050년이 되면 중국, 인도에 미국이 뒤처지고 미국 핵심 우방인 EU27개 국의 GDP도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주목한다.
씨티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가 풍부한 사우디는 2050년까지 일인당GDP에서 중동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며, 평균 9만8311달러가 되리라고 예측한다.
사우디는 빈살만이 주도하는 중장기 국가전략 운영 기조에 따라 현안 대응 행보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사우디와 미국이 석유를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은 이 전략을 이해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양국 관계는 점차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실권을 가진 빈살만은 더 이상 미국이 안보와 경제를 가지고 사우디를 배후에서 자신들의 수족처럼 부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사우디에게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국과 바이든이다. 사우디의 국가전략이 변하고 있음에 둔감했다. 미국은 사우디에 무기와 안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중동의 불안정한 질서에서 사우디를 핵심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고 석유경제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은 자신이 싫어하는 빈살만이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바이든이 가치와 규범의 질서를 강조할 때 권위주의 국가의 아들인 빈살만은 개입과 간섭이라고 생각했다.
빈살만은 미국이 오일셰일을 생산하면서 사우디 석유 의존이 덜해졌고 이는 유가 하락을 초래해 사우디의 국고를 어렵게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빈살만은 미국이 중동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더 중시하는 행보를 보면서 자신들도 미국 우선의 외교안보ㆍ석유경제에서 탈피해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외부 강대국과 질서 재편기에 원만한 관계를 갖는 것이 향후 국익ㆍ안보에 도움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빈살만이 보다 독립적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무시하는 행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에도 빈살만이 지휘하는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더 많이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본다.
리야드의 지도부는 사우디가 중국 및 모스크바와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자신의 국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신호를 워싱턴에 보내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생산 3대 강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와 다른 석유 부국들과 힘을 합쳐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자신들의 경제와 안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험에 나섰으며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먹혀들고 있는 데 대해 어쩌면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바이든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러시아의 수입을 박탈하는 데 도움이 될 더 낮은 가격을 희망하면서 석유 생산량을 늘리라는 요청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그 결과는 세계 대통령을 자처했던 바이든의 굴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요청 거부는 결국 사우디가 11월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정치적 지위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빈살만은 바이든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지 트럼프와 공화당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트럼프와 공화당 지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를 갈라놓는 것은 석유 경제와 지정학적 계산만 아니라 개인적인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 빈살만은 바이든이 길어야 2년 더 현직에 있을 것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최근 트럼프의 리조트에서 열린 유명한 골프 토너먼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 일어난 카슈끄지 살해에 대해 최소한의 반발만 허용했다. 빈살만의 체면을 배려한 조치로 보였다.
바이든 하에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냉각되면 동맹 악화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미국과 사우디는 잘 알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와 교류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무기와 안보 보장이 필요하고, 미국은 사우디가 글로벌 석유 시장 안정과 미국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워싱턴과 리야드 파트너십은 과거 공고한 동맹관계에서 거래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100% 석유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양국관계가 여전히 돈독한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