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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부펀드, 놀라운 성과에도 비판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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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부펀드, 놀라운 성과에도 비판 받는 이유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후 투자처를 확대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높은 수익률, 호감도 높은 엔터와 스포츠 투자 확대, 미래 전략 사업인 ‘네옴’ 투자 등 색다른 성과로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골프와 축구에 대한 투자는 관광을 진흥하고, 해외 이미지를 개선했으며, 삶의 질을 향상하는 등 광범위한 국가 발전 전략에 부합했다.

이 기금은 빈 살만 왕세자의 2030 비전 실현을 위한 주요 돈줄이며 투자 성과로 자산 가치는 8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일부 지도층에서는 PIF가 수익 증가와 국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기금운영에 독선과 남용,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PIF 목표와 투자 방식의 대전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국가 수입은 석유 판매와 아람코, PIF 투자 수익에 있다. 석유 판매에서 대략 70% 내외, 아람코와 PIF에서 대략 30% 수익을 창출해 국가 재정을 운영하는 구조다.

하지만, 유가 등락은 국가 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아람코와 PIF로 이를 만회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 왔다.

PIF 운용의 주요 목표는 고수익 투자 성과와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외화를 유치하는 데 있다. 현재 8000억 달러로 평가되는 자산을 2025년까지 1조 달러로, 2030년까지 2조 달러로 키우는 것이 구체적 당면 투자 성과 목표다.

이는 현재 약 1조4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보다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PIF 수익률만으로 불가능하기에 원유 가격이 높을 때 초과 석유 수익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더 투입하고 아람코와 같은 자산의 지분을 더 많이 이전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서류상의 가치가 0인 미개발 토지를 개발해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면 PIF 자산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PIF는 고수익을 달성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와 함께 투자하고 있다. 성장하는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위해 뉴욕에 50명 이상의 팀을 구성했고, 유럽과 아시아에 지사를 두고 있다. 수익률은 두 자릿수로 높은 편이다.

PIF는 2015년에 왕국 외부의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정부 투자 지주 회사였다. 빈살만이 실권자로 등장하면서 투자 방식이 달라졌다. 당시 사우디는 재정 적자에 처해 있었다.

빈살만은 PIF가 글로벌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대폭 수정했다.

수익률이 낮은 사우디 중앙은행 및 사우디 텔레콤 같은 자국 기업에 대한 기존 보유 지분을 줄였다.

2016년 소프트뱅크의 기술 중심 비전 펀드에 450억 달러를 투입한 이후 해외 이익이 급증했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에 투자해 사우디아라비아 제조공장 건설 성과도 이뤘다.

또한, 비디오 게임 제조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와 아시아 최고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의 디지털 서비스 및 소매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이고, 석유 이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다각화했다.

2030 비전을 세우고 5000억 달러가 투자되는 네옴 같은 국가 프로젝트에 투자를 늘리고 해외 투자 자본의 유치에도 나섰다.

PIF가 코로나 이후 주목한 투자는 관광이다. 사막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은 관광으로 나타났다. 엔터테인먼트를 금기시하던 이 나라는 UAE와 카타르의 변신을 주목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하고 해외에서 재미를 찾아 이 나라를 찾도록 고급 리조트, 영화관 및 놀이 단지에 투자했다.

특히, 국가 이미지 개선과 인권 논란에서 탈피하려고 지난 6월 PIF가 후원하는 신생 LIV 골프에서 PGA 투어와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LIV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투자했다. 2021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인수했다. 사우디 축구 리그에서 음바페와 호날두도 볼 수 있다.

◇ PIF의 미래와 불안

PIF는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인 야시르 알 루마얀 주지사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PIF 운용은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PIF의 지지자들은 그간의 변화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를 석유 시대 이후에 대비해 다각화하고, 더 개방된 국가로 만들기 위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지한다.

하지만,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평가들은 PIF 운영과 관련해 빈살만이 국가 자산을 다양한 의견 수렴이 없이 독선적으로 투자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 손실 가능성을 제기하고 정치적 동기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PIF는 공격적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입으로 전환했으며, 국내 개발 프로젝트에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22년에는 은행에서 170억 달러를 빌리고, 녹색 채권 판매로 30억 달러를 모금했다. 사우디 경제의 녹색화를 위한 투자다.

비평가들은 PIF가 수소 연료 생산에 360억 달러를 투자하고, 해외 투자가를 유치하는 것에 찬성한다. 재생에너지의 생산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에 환영한다.

하지만, 네옴 녹색화 이니셔티브를 위해 2030년까지 1억 그루의 토종 나무, 관목, 풀을 심어 사막을 복구하고 야생 서식지를 복구하겠다는 구상이나, 사우디 녹색화 이니셔티브를 위해 향후 수십 년 동안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4천만 헥타르의 토지를 재활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 의구심을 보인다. 천문학적 투자 대비 성과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비평가들은 PIF가 사우디 경제 부양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의제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평가들은 석유 정책, 안보, 국내외 문제를 포함하여 국가 통치의 전반을 장악한 빈살만이 권력 강화를 위해 PIF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 미국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과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을 역임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자레드 쿠슈너에 의해 설정된 기금을 지원하는 등 투자의 일부가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사우디 기업 지도자들은 자국 기업들이 거의 경쟁할 수 없는 글로벌 기업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고 말한다. PIF가 국내외 이익 균형을 맞추면서 투자를 다각화하고 석유 이후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빈살만 측근들이 장악한 특정한 분야에 자본이 과잉 투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PIF가 글로벌 투자자로 변신하는 데 성공적일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하지만, PIF는 사우디 경제와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