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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유럽진출 '파죽지세'…탄약은 값싼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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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유럽진출 '파죽지세'…탄약은 값싼 '배터리'

중국 비야디의 준중형 SUV 전기차 ‘송 플러스 챔피언 에디션’. 사진=비야디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비야디의 준중형 SUV 전기차 ‘송 플러스 챔피언 에디션’. 사진=비야디
중국 전기차가 자국 시장에서 과잉 생산과 과열 경쟁, 성장세 둔화에 직면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국에서 경쟁력을 쌓아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경쟁력을 발휘해 주로 EU, 동남아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중국 EV 기업들은 유럽이 EV에 대한 수요가 많고 보호주의 조치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 수익성 있는 시장을 보고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중국 EV 제조업체 수출이 늘고 있자 글로벌 경쟁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성능도 우수한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EV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세계 진출 확대


중국자동차제조협회(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r) 웹사이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높은 수요와 전 세계적인 EV 수요 증가에 따라 중국은 올해 1분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중국승용차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승용차의 수출이 72% 증가해 230만 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5%가 EV 차량이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유럽 9개국에 약 35만 대의 EV 차량을 수출했다. 이는 2022년 전체 수출량을 초과하는 분량이다.

중국 전기차들은 2020년부터 EU의 낮은 수입관세, 친환경 기조, 성장하는 시장을 보고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해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UBS 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7%에서 33%로 두 배가 될 수 있으며, 같은 기간 유럽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3%에서 2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은 중국 때문에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지역이 될 수 있다.

이에 일부 자동차 분석가들은 소수의 중국 EV 제조업체가 '새로운 글로벌 챔피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중국 제조업체는 EU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10%의 수입 관세를 지불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두배가 넘는 27.5%의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낮은 수입관세 외에 유럽을 매력적으로 보는 것은 유럽연합(EU)이 2035년까지 신형 내연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결정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향후 3~5년 안에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조사 기업 중 75%는 북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이노베브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유럽에서 판매된 신형 전기차 중 중국 브랜드는 8%로 지난해 6%, 2021년 4%보다 증가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슈미트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중국 EV 차량은 2020년 유럽 18개 주요국 시장에서 2만3836대가 팔려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3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중국은 미국(11만대), 독일(23만대)보다 2~3배가량 많은 50만대를 수출했다. 수출 물량의 절반(23만대)은 전기차 2위 시장 유럽에 팔았다.

중국 최대 EV 제조업체인 BYD는 올해 유럽 내 딜러 파트너 수를 두 배인 2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2035년부터 내연차 생산을 금지하는 EU의 조치와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나빠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자동차는 호주, 동남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23년 상반기 호주에서 EV를 포함한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거의 두 배 증가해 16% 이상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동 시장점유율은 10.3%에 달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 5.2%에서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시장점유율이 오르고 있다. BYD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동남아시아에서 BYD의 EV 판매량은 2022년 상반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 NIO와 샤이펑도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싼 가격과 우수한 성능이 배경


중국 EV의 경쟁 우위는 가격 경쟁력, 첨단 기술과 디자인, 현지화에 있다.

자토 다이나믹스에 따르면 중국 EV는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보다 약 30% 저렴하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EV 평균 가격은 2022년 상반기 유럽의 5만9797달러, 미국의 6만8429달러에 비해 3만4096달러였다.

또한 지난 10년간 유럽 EV 평균 가격은 28% 상승(3만5632달러→4만5560달러)한 반면, 중국 EV의 평균 가격은 오히려 47% 하락(4만4738달러→2만3653달러)했다.

중국 제조사들이 품질이 낮은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비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 자국의 광범위한 수요, 강력한 정부 지원,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을 EV에 장착하면서 달라졌다.

중국 소비자들이 최신 디자인 유행과 디지털 장착을 선호해 이미 중국 EV들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해도 이런 유행을 반영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저가 EV가 단순한 보급형에 그쳐 중국 EV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특히, 정부 지원이 적고, 기술 혁신이나 제품 개발에 투자도 중국 EV보다 적었다.

자원 공급망 선점도 경쟁력


중국 EV 가격이 낮아진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이다. 전기 EV에서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져 생산단가 면에서 유리하다. EV 차량의 가장 큰 비중이 배터리인데 중국 EV 차량은 자국 내에서 더 싼 가격으로 배터리 조달이 가능하다.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점유율은 60% 정도에 달한다. 또한, 니켈, 코발트, 리튬을 포함한 배터리 재료 생산을 통제한다.

무디스의 분석가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셀 생산에서 중국의 경쟁 우위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EV 생산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아직 유럽이나 미국의 전기차 제조기업들은 자체 배터리 생산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대부분 고난도 기술과 막대한 투자 비용 때문에 수입에 의존한다.

유럽과 미국의 대응


중국 EV 차량 판매량이 증가하자 우선 경쟁업체들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가성비가 좋은 중국 EV에 시장을 내주면 내연차 판매 저조에 이은 EV 차량 판매 부진으로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차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능 보완, 디자인 개선, 더 저렴한 배터리 확보, 보급 차량 다양화 등을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EV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지기 전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들 국가의 정부에서도 자국 EV 제조업체의 경쟁력 저하는 실업과 세수 부진까지 초래할 수 있어 관세 강화,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EU는 기금과 국가 정책을 사용해 EV 생산 규모를 늘리려고 한다. EV 제조업체에 보조금 제공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등 EV 산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조치로 EV 생산 비용을 낮추어 경쟁력을 지원하려고 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중국 EV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견제와 경쟁력 강화 노력이 중국 EV 시장점유율 확대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