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국영 석유회사, 에너지 전환 '준비 부족' 지적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글로벌 국영 석유회사, 에너지 전환 '준비 부족' 지적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 세브론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 세브론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국영 석유회사(NOCs)의 대부분이 에너지 전환 준비에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여전히 석유 생산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탈탄소 시대가 도래할 때를 대비한 생존 전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기후 변동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올여름 역대 최고 무더위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더 무서운 더위가 올 것이라는 합리적 예측에도 NOCs는 화석 연료 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후 대비에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유가가 상승하면서 자금력에 회복을 보이지만, 경영의 자율성 부족, ESG 준수 의지 부족 등으로 지속 가능성에서 취약하고, 석유나 천연가스 소비가 감소할 경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NOCs의 재정 회복력


코로나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NOCs는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했다. 사우디 아람코, 중국 CNOOC·시노펙·페트로차이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태국 PTEP,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아르헨티나 YPF 등 대부분이 가격 폭락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자금력을 갖게 됐다.

사우디 아람코나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같은 NOC들은 강력한 현금흐름으로 재정적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람코는 여유 현금 흐름이 2020년에 491억 달러에서 2022년 1862억 달러로 약 279% 늘었다. 이는 2020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페트로차이나도 2배 정도의 증가를 기록했고, 나머지 기업들도 2020년 대비 최소 1배 이상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NOCs가 직면한 지속 가능성 문제


하지만, 이들 NOCs는 여유 현금을 주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자원 탐사, 개발, 생산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탈탄소 시대에 대비한 사업 투자,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를 위해 UN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권고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가 ‘탄소와의 전쟁’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 및 투자사들도 ‘지속가능 발전’으로 상징되는 실물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동참하기로 하고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에는 대출과 투자를 엄격히 적용하는 조치를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가 늘자, 수급 차질로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자 석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다시 늘어났다.

아람코는 2027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일간 1300만 배럴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추가 생산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빈살만이 강력하게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면서 블루수소 생산 투자, 블루암모니아 저장·활용 인프라 구축 및 R&D에 투자하고 있다. 수소 생산, 탄소 포집 관련 신기술 개발을 공동 추진하고,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e-Fuel) 연구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타 NOCs는 자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유가 변동으로 미래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보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만 하고 목표만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는 NOCs가 정부 소유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 입김으로 미래 투자보다는 당장 정부가 요구하는 사업에 여유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서다.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정부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제재를 받고 있다.

브라질의 NOC 페트로브라스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대규모 정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고, 인도의 NOC 인도석유공사도 정부 지시에 따라 석탄 생산을 확대해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일부 NOCs는 공시 부족, 간접배출량(Scope 3) 목표 부재 등으로 지속가능성 지표에서 뒤지고 있다.

NOCs는 종종 재무 정보 외 ESG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NOCs의 ESG 경영 활동 이해를 제한하고, 투자자와 소비자 신뢰도 잃고 있다.

인도석유공사는 2022년 ESG 보고서에서 인권 침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배출량 배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데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NOC의 ESG 경영 노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람코는 2022년 ESG 보고서에서 간접배출량 배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와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한편, NOCs는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부문인 정제, 유통, 판매 등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사업 부문에서도 정부 입김이 작용해 시장 원리에 따르지 않고 다른 이유로 가격을 결정해 종종 수익이 떨어지기도 한다.

맥킨지가 NOCs의 회복력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글로벌 민간 석유 메이저 기업들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아람코, CNOOC, 페트로차이나, 페트로바스 등 일부는 회복력에서 이들 민간 기업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YPF는 취약한 재무 상태로 인해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아람코는 민간 기업인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쉘, BP에 이어 5위였다.

회복력 평가 항목은 재무적 안정성, 운영 효율성, 기술 역량, 탄소 배출량, 사회적 책임 등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NOCs는 재무적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지만, 탄소 배출량과 사회적 책임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

NOCs의 에너지 전환 준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경제 활동 재개로 석유 수요가 회복되자, 글로벌 석유 수급에 여유가 없어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 기업 전반이 미래 준비보다 당장 석유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OPEC은 2030년까지 석유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면서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IEA 전망을 비판하고, 장기적으로 석유 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OPEC은 이달 초 연례 세계 석유 전망에서 시장 안정을 보장하고 에너지와 경제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45년까지 세계 석유 부문에 누적 투자액 14조 달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했다.

OPEC 사무총장 하이탐 알 가이스는 “새로운 석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잘못된 것이며 에너지와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NOCs를 대부분의 회원으로 가진 OPEC의 이런 태도는 에너지 전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 사우디를 비롯한 극소수 국가 NOC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 변동에 대비해 탈탄소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환경 요구와 역행하는 처사로, 글로벌 금융과 투자사가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명분이 된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화석 연료 생산을 줄이려면 글로벌 정치 지도자들의 합심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