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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안전자산' 美 국채, '위험 자산' 우려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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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안전자산' 美 국채, '위험 자산' 우려 나오는 이유

미국 법정화폐 달러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법정화폐 달러화. 사진=로이터
미국 국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막대한 재정 적자, 부채 감당 능력 약화, 정치적 양극화 등의 문제로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무디스도 아직 미국 장기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했지만, 이런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수익률이 하락하자 무디스의 등급 하향 소식에 동요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계속 국채를 발행하고 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기술적 채무 불이행’ 역사와 부채 규모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부채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의 동요는 투자자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국채는 과거에도 원리금 상환을 지연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 ‘기술적 채무 불이행’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 18세기 말의 '대륙 달러' 평가절하, 1860년 그린백스(Greenbacks) 문제, 1933년의 금 지급 거부, 그리고 1979년의 기술적 채무 불이행 등이 있었다.

미국은 독립전쟁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대륙 달러를 발행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대륙 달러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고, 결국 1781년 대륙 의회는 대륙 달러의 가치를 절반으로 인하했다.

또한, 미국은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연합 정부가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그린백을 발행했다. 그린백은 법정 통화였지만, 가치가 불안정해 결국 남북 전쟁이 끝난 후 폐지됐다.

1933년에는, 미국 정부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 지급을 중단했고, 1979년에도, 미국 정부는 대외 부채의 증가로 인해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미국 정부는 1982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 네 가지 사례는 모두 미국 정부가 야기한 기술적 채무 불이행 사례로서 거론되고 있다.

미 국채,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바뀔 여자 남아 있어


앞으로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계속 늘리고 이를 사줄 수요층이 줄어들 경우,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역사적 사례가 말해주듯, 미국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지면, 미국 국채의 지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2023년 11월 21일 기준 미국 국채 규모는 약 34조 달러에 육박하며, 이는 전 세계 국채 발행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미국 내에서 소유한 국채 비중이 약 70%로, 미국의 금융기관, 연금 기금,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 소유한 국채의 비중은 약 30%로,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이 주요 보유국이다. 양대 수요층이 이 국채 매입을 과거처럼 사들이지 않고, 오히려 파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국채는 코로나 이후 약 10조 달러나 추가로 발행됐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 정부는 총 10조 500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 중 6조 2000억 달러는 10년 만기 이상의 장기 국채, 4조 3000억 달러는 1년 만기 이하의 단기 국채였다.

코로나 이후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는 미국의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2022년 9월 기준 미국의 국채 부채는 약 34조 달러로, GDP를 상회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부채 증가율이 연간 2조 달러에 이르렀고, 올해 재정 적자가 작년보다 23% 증가한 1조 6950억 달러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채무 불이행은 아직 눈앞에 다가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미래에는 더 큰 위기가 있을 수 있다.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미국의 세계 1위의 국력을 고려할 때,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바뀔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항상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해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국채 발행 증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결국,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바뀔지는 미국 재정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에 손실을 입지 않으려면, 미국 재정 상황을 주시하고, 거래량 지표를 통해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