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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채무위기의 핵폭탄은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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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채무위기의 핵폭탄은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

중국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지방 정부의 채무가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지방 정부의 채무가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있는 가운데, 헝다그룹과 벽계원 등의 부동산 대기업들이 채무 불이행 등 경영 위기에 봉착하는 등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지방 정부의 채무가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정부의 채무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4조 6780억 달러와 은폐된 채무인 ‘대출평대’의 채무 7조 3512억 달러를 포함해 총 12조 29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국 GDP의 약 70%에 해당하며, 중국 전체 부채의 약 37%에 해당할 정도로 막대한 부채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부채의 대부분은 중앙 정부의 관리를 벗어난 '숨은 채무'에 있다. 숨은 채무의 증가는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 채무는 대부분 고금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 중앙 정부의 국채 평균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기준,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 상환 이자 규모는 약 5404억 달러에 달했다. 2022년 중국 GDP는 16조 7683억 달러로, 지방 정부의 채무 상환 이자 규모는 그 GDP의 약 3.2%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이 금액이 각 지방 정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개별 채무를 알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거의 공표하지 않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GDP를 성장시키기 위해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을 위한 재원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출자해 대출평대라는 특수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중국 지방 정부는 중앙에서 인가된 채권 발행 이외에 자금 조달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를 피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대출평대였다.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모아, 인프라 개발을 추진했다.

대출평대는 중국의 모든 기초 행정구역 중에서 상당수의 지방 정부가 운영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1만여 개에 달한다.

대출평대는 지방 정부를 대신해 부동산 개발 추진하는 과정에 대출을 주도했고, 부동산 불황으로 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부채의 진원지가 됐다.

부동산 개발회사 실적 악화로 지방 정부가 대출평대에 대한 보증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대출평대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정부 채무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토지 수입 감소와 부동산 개발회사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지방 정부는 토지 사용권의 매각 수입을 인프라 개발 등의 재원으로 사용해 왔지만, 부동산 불황으로 인해 토지 사용권의 매각 수입이 감소했다.

일부 지방 정부의 경우, 이자 지급액만 지출의 10%를 넘어 재정 건전성이 위협을 받을 정도다.

귀주성 정부의 싱크 탱크는 채무 문제가 중대하며 긴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재정이 한정되어 있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귀주성의 부채 비율은 2021년까지 350% 내외이던 것이 2022년 667%까지 치솟았다.

귀주성은 중국에서 낙후된 곳으로 발전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투자해 지난 20년간 GDP가 연평균 10%를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도시 교외에 나가면,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도로나 다리, 건물이 곳곳에 산재한 것을 흔희 볼 수 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채무비율을 조사한 결과, 해안부에 있는 천진이 1089%로 최악의 1위지만, 부채 비율이 나쁜 곳은 대부분 중부와 서부 지역의 내륙에 위치한다. 2위는 중경이 760%, 3위는 호남성이 673%, 4위는 귀주로 667%였다.

이에, 중국 국무원은 심각성을 절감하고 지방 정부 채무가 위기 상황에 있을 경우, 재정 재건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 기준은 ‘채무의 이자 지불이 정부의 지출의 10%를 넘는 경우’다.

중국의 성은 총 34개로, 2023년 11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채무의 이자 지불이 정부의 지출의 10%를 넘는 성은 23개 전체 성의 약 68%나 될 정도다.

중국 국무원은 '지방 정부 채무 리스크에 대한 긴급 대응 계획'제하 문서를 통해 채무가 위기 상황에 있다면 재정 재건 계획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우선, 지방 정부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채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하면서, 대출평대 재무 구조 조정과 재정수입을 다각화하고 재정의 운영을 효율화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중앙 정부는 기존의 고금리 채무를 저금리 채권으로 전환하는 대규모 채무 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채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치구의 경제·사회 발전, 재정수입·지출 수준에 맞춰 투자를 하도록 지시를 명확히 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 프로젝트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며 필요에 따라 재정 부담 능력·부채 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방 정부에 ‘숨겨진 부채’를 더는 만들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중앙 정부가 4분기부터 약 1385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 전액 지방 정부에 이관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러한 대응 방안들은 지방 정부의 채무 문제를 완화하고, 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채 규모가 워낙 방대하고 경기 둔화가 개선되지 않아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지방 정부 부채 문제가 과도한 투자 의존 성장 모델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런 성장 모델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 서비스산업 육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고품질 사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구체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 패권화 경향에 대한 거부감으로 글로벌 투자가 계속 줄고 있어 중국의 전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 정부 채무가 더 나빠지면,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1만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대출평대가 연쇄 부도에 들어가면, 중국의 지방 정부 채무 위기는 중국 경제에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이슈다.

이처럼, 중국의 지방 정부 채무 문제는 단순히 중국의 경기 침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며,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여서 중앙에서 강력하게 대출평대 부도를 차단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연 5%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