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현상은 미국에 제조업 부흥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인다. 제조업은 이론적 지식보다는 실무 경험과 기술이 더 중요한 분야이며, 고용주들도 대학 학위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흐름은 아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제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고용주들이 대학 학위보다 기술과 경험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경우, 2020년부터 제조업 근로자에 대한 대학 학위 요구를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학위보다 실무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고용주들의 인식은 자유경제지수(FEI)의 설문조사 결과가 뒷받침한다. 이 조사는 고용주들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주 중 67%가 고등 교육 기관이 “오늘날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한다”라고 반응했다. 또한, 40% 이상의 고용주가 “일자리가 생기면 꼭 대학 학위가 있는 구직자를 채용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단 10%만이 대학 학위가 잠재적인 구직자의 채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는 고용주들이 대학 학위보다 기술과 경험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등 교육의 비용 상승 대비 대학 졸업생들의 실질 기술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 고용주들은 대학 학위는 노동 시장에서 꼭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대학 학위를 가진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면, 경험과 실질적 기술 부문을 보완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나 올해 대졸자는 취업난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1990년 이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낮았으나 코로나를 계기로 역전됐다”면서 “2021년 1월 이후 신규 대졸자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올라갔고, 특히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이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실업률은 3.9%로 전월(3.8%)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2022년 1월(4.0%)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분석에 따르면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은 4.4%에 달해 일반 실업률보다 높았다. 특히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은 일반 대졸자 실업률의 2배에 이른다고 WP가 전했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학위를 가진 인력보다 당장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인력을 더 선호하는 흐름에 부합한다.
한편으로 이런 주장은 고등 교육 가치와 노동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고등 교육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 대학 학위가 여전히 성공적인 경력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기술과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해 갑론을박 중이다.
하지만, 결국 고등 교육이 비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생이 실제 현장 업무에서 필요한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교육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주들의 생각을 고려할 경우, 고등 교육 기관은 학생들이 노동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하려면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학교에서 이를 더 함양할 수 있도록 기회와 도전을 제공해야 함을 암시한다.
고용주들이 대학 학위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더 중요시한다는 데이터가 나온 만큼, 대학 학위의 가치를 유지 내지 향상하려면, 고등 교육에 대한 기존의 투자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실제 대학 등록금의 10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직업훈련원이나 전문학원에서 많은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절반의 시간 안에 이것을 성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고등 교육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이전에는 대학에서 배워야 했던 지식과 기술을 온라인 강의나 인턴십 등을 통해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런 직업들은 대학 학위보다 기술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국은 대학 등록금이 비싸고, 대부분의 대졸자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한 이후 취업해서 이를 갚아나간다. 배우는 동안 돈을 버는 것과, 졸업 이후 오랫동안 빚을 갚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이 수치는 말해준다.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 부채가 커지면서 연방 정부의 재정 구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이 이슈는 사회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실제, 미국의 학자금 대출 부채는 2023년 9월 기준 1.7조 달러에 이르며, 이는 2022년 9월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미국 가계부채의 약 10%를 차지하며, 미국에서 가장 큰 개인 부채 중 하나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중 약 65%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으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학생 학자금 대출 비중은 더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대학생의 평균 학자금 대출 잔액은 약 3만 1000달러로,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2007년)의 1만 5000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원금과 이자를 주로 월별 상환 방식으로 상환하고 있는데, 2023년 기준, 대학생 월별 학자금 대출 상환액은 평균 350달러다. 이는 미국의 평균 월급(4600달러)의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평균적 수입의 약 10%를 차지한다.
학자금 대출 부채의 증가는 미국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고, 취업 후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데 곤란을 준다. 또한, 연방 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고,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대학 학위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현장에서 더 많이 찾고 있다. 다만, 학력 사회의 문화가 워낙 강해 이런 일자리로 젊은 층이 잘 유입되지 않고 있다.
제조업 부흥 과정의 실무 기술과 경험을 중시하는 근로 행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며, 노조 역할 강화로 이들 급여 조건도 개선되고 있어,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