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이자 우주국 회장인 압둘라 알스와하(Abdullah Alswaha)는 16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참석 후 외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천문학적인 투자와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초청밀 산업이다.
사우디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KAUST)과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정책 자문기구(KACST)와 같은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통해 반도체 연구를 지원하고 미국, 유럽, 동아시아 등의 선진국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기술과 인력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핵심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려면 미국과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척박한 사막에서 충분한 전기와 물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미터링, 물 절약 기술, 해수 담수화 등 효율적인 물 자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전기와 깨끗한 물 확보 과정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우디가 전기차, 우주, 통신, 에너지 등의 분야에 반도체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익을 내려면 자국 소비 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해야 하는데 기술력을 감안할 때 이 또한 당장은 쉽지 않다. 중국도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 투자 이후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었다.
정부와 PIF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사우디 재정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자국 반도체 산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다양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반도체 산업을 부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또한, 알스와하 장관은 PIF가 우주 산업에 투자하고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영 우주 회사를 창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준비한 M&A(합병·인수)가 ‘무르익었다’고 언급했다.
PIF는 사우디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의 석유 판매에서 벗어나 경제를 혁신하려는 계획의 핵심 부분이다. PIF는 전기차 제조업체부터 신생 골프 토너먼트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약 7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자금원은 석유 판매대금, 사우디 정부의 지원금, 글로벌 주식 투자와 채권 등의 배당금으로 2025년까지 현재보다 30% 증가한 1조 달러를 조성하려고 한다.
PIF의 주요 투자 계획 중 하나는 사우디 서부 해안에 자동차 제조 허브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인 루시드는 이미 현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와 PIF가 만든 브랜드인 씨어(Ceer)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도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나 지정학적 불안정 등의 외부 요인이 변수가 될 수 있고,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초정밀 기술 확보가 관건인데, 이는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사우디는 2018년에 우주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작년에는 우주 비행사를 우주로 보냈다. 알스와하 장관은 우주상업시대에 주목했다. 향후 우주 상업시대가 열릴 경우, 1조달러 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의 우주 투자 핵심 부분은 통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도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약 26억 명의 전 세계 인터넷에 아직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 하늘을 통해서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알스와하 장관은 사우디가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두 나라의 기술 기업 모두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지적 재산권과 특허, 기술 유출을 보호하는 동서양 모두와 굳건한 협력체계를 입증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투자 친화적, 파트너십 친화적, 개방적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브릭스에 가입하고 달러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 등 미국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해왔다. 미국은 사우디의 변신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양국 사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가 만약 당선하더라도 사우디 정부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현재와는 다른 행보가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나 우주 기술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국가가 아니면 결코 넘기지 않는다.
전기차나 배터리, 우주 기술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존해 얻을 수 있지만, 반도체 기술과 장비는 미국에 의지하지 않으면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우디의 미래 청사진은 단순히 경제적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외교안보적인 정책 기조와 함께 갈 때 실현 가능성하다. 빈살만의 향후 외교적 행보의 수순이 주목되는 이유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