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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수준으로 하락한 독일 경제, 위기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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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수준으로 하락한 독일 경제, 위기 극복할까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세계 경제 모범으로 칭송을 받던 독일 경제가 코로나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공식 추정치는 구매력 조건으로 2023년 말 기준 4조 509억 달러다. 이는 지난 201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독일 경제가 성장은 커녕 정체 및 퇴보 위기에 빠졌음을 반증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과 과감한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 경제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에너지 위기다. 그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저렴한 천연가스에 의존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스 공급을 중단한 후 심각한 에너지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독일의 에너지 집약적인 화학, 철강, 기계 등의 산업분야에 큰 타격을 주었다.

녹색 전환 정책도 에너지 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통해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력망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전력 수급의 불안정이 심화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독일의 전기 요금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독일의 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중국과의 경쟁도 경제위기 원인 중 하나다. 과거 중국은 독일의 주요 수출 시장이자 제품 구매자였지만, 최근에는 독일과 경쟁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특히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은 독일을 앞질러가고 있다. 중국 토종 기업 비야디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의 경제 둔화와 무역 전쟁도 독일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2019년 0.8% 감소하고, 2020년에는 9.3% 감소했다. 2020년 기준 GDP 대비 수출 비율이 46.9%로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독일의 수출 감소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되었다.

독일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위기의 원인이다. 독일은 19세기부터 발전한 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비용이 많이 들면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 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열세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및 생산성 저하가 발목을 잡는다. 이는 제조업이 경제의 약 27%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의 최대 약점이다. 갈수록 독일 내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독일산 공산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독일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문제 해결이다. 우선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은 최근 첫 번째 LNG 터미널을 가동하고 미국, 카타르, 호주 등과 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독일은 청정 수소를 활용한 탄소중립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10GW의 수소 생산용량을 확보하고,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책은 산업 구조 개혁이다. 첨단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며 기술 인력의 양성과 유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유럽 내 산학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다만, 첨단 산업에 필요한 인력이 너무 부족해 이러한 과제 해결이 쉽지 않다. 현재 독일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평균 나이는 무려 46세에 달한다.

독일의 경제 약화와 투자 부진, 산업 생산 감소는 유럽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독일의 경제는 전년 대비 1.8% 성장했지만, 2023년에는 –0.3%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의 경제도 2022년에 3.61% 성장했지만, 2023년은 0.7% 성장에 그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4년에도 독일 및 유럽의 경제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전망에서 2024년 독일 경제가 0.8%, 유럽 경제는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예상치인 각각 1.2%와 2.3%보다 낮은 수치다.

독일은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다. 중국과 더불어 독일의 경제 위기는 한국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독일의 산업 대책은 한국에 긍정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독일과 함께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 보호와 디지털화 관점에서 혁신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이후 독일의 첨단 기술 산업 전환에 맞춰 자동차, 에너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