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결 자산은 총 3000억 달러(약 400조3500억원) 규모로, 약 70%가 유럽연합(EU)에 있다. 이 자산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공식 준비금이며, 주로 유로화로 환전되어 유로클리어라는 벨기에 어음교환소에 보관되어 있다. 서방 세계는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거나, 몰수하거나, 이전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해 왔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U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별도로 보관하고, 향후 4년 동안 약 150억 유로(약 161억7000만 달러)의 이익을 우크라이나에 할당하기로 했다.
상원이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으로 충당하는 계획에 지지하고 있다.
영국은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3500억 달러(약 467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이 법적·도덕적·정치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한다.
독일은 자산에 발생하는 이자는 몰수하되 기초 준비금은 그대로 두는 것을 옹호하고 있다. 동결된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스위스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위스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상·하원 간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원은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 공공기관 자산을 다른 국가 지원에 쓰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하원은 러시아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산이면 몰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의에 대해 러시아는 법적 조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서방의 움직임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부터 주로 자국 통화인 흐리브냐로 전쟁 채권을 발행해온 우크라이나에 큰 희망이다. 이 나라는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4110억 달러(약 546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시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서방 지원안이 실현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료 후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원안은 러시아의 반발과 법적 충돌 가능성을 수반하며, 서방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이 지원안이 언제 시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법 조치는 야심 차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환영을 표했다.
모스크바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사용하려는 모든 시도는 불법이며, 이의를 제기할 것이므로 수년간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미국과 유럽의 지원과 협력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스마트 시티, 에너지, 모듈러 건축 등의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건 사업은 우크라이나의 인프라와 경제를 개선하고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이 재건 사업에서 다양한 기회가 있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약 520억 달러(약 66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안한 약 200억 달러(약 25조4000억원) 규모의 5000개 재건 사업 리스트와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320억 달러(약 40조6000억원) 규모의 10개 사업이다. 소형모듈원전(SMR), 공항 재건, 건설기계, 철도 차량, 정보기술(IT) 분야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사업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와 산업을 혁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한국의 우수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것은 서방 세계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조치다. 이 방안은 러시아의 반대와 법적 분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고, 서방 세계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