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다소 둔화했지만, 아직 3.4%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식품, 에너지, 주택 등 필수품목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절실한 현실은 코로나 이전에 65달러 주고 샀던 제품에 대해 지금은 99달러를 내야 한다. 이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영업을 어렵게 하고, 소비자의 소비를 줄이는 등 연쇄적 파급 영향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소득계층별로 다르다. 양극화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 소득 하위 60~75%에 해당하는 가계는 구매력 하락을 겪고 있지만, 부자들은 자산가치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소득층은 개인 저축률이 사상 최저로 줄고, 자동차 대출 채무불이행은 금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신용카드 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식과 부동산의 역대급 가치 상승으로 부유층 소득은 더 늘었다.
이에, 정부의 CPI 계산 방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공식 발표와 체감 인플레이션이 달라서 이슈가 될 정도다. CPI 계산 방식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수정·보완되었지만, 여전히 품질 향상 반영, 일부 비용 미포함 등을 이유로 실제 체감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체감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사람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감 인플레이션이 나빠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2024년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1.6%로, 이는 2023년 4분기의 3.4%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4%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 신호다.
미국 정부와 의회도 인플레이션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도모할 목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대 등을 위해 총 4370억 달러(약 562조원)의 돈을 투입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했고, 의회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지원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통화량이 더 늘고, 기업들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원자재와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게 되고, 이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지출이 세수보다 많아 재정적자가 생기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해 국채 가격은 내리고 금리는 올라, 시중 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른다. 이는 이자 부담을 늘려 다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요컨대 정부의 과다 지출과 재정적자는 통화량 증가, 수요 초과, 금리 인상 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금리 인하 시점도 계속 미뤄지면서 경기 하강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체감 인플레이션과 공식 발표 인플레이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좌우할 것이다. 당국은 실효성 있는 물가안정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기업들은 비용인상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의 혁신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