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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지분 매각으로 ‘탈석유 시대’ 대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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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지분 매각으로 ‘탈석유 시대’ 대비 가속화

약 18조 원(131억 달러) 규모 지분 매각, 해외 투자자 몰리나

지분 매각에 나선 아람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분 매각에 나선 아람코.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 지분 0.64%를 매각하며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람코 지분 매각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석유 경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2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2일 개시된 아람코 지분 매각은 제안된 주식보다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며, 최대 약 18조 원(131억 달러)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주식의 10%는 개인 투자자를 위해 예약되며 최종 가격은 6월 7일에 정해질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에 투입해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미래 신산업 육성과 인프라 개발, 관광 산업 활성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현 체질을 극복하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에 사실상 거의 전권을 가진 경영자로서 아람코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으로 막대한 매장량과 생산력을 갖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석유화학 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이어서 투자처로서 매력이 높다.

사우디 정부는 이런 성장 잠재력과 더불어 배당금 등 투자 매력을 앞세워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OPEC 플러스(+)의 감산 조치로 단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음에도 아람코가 지난해 배당금을 오히려 늘린 것이 투자자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배당금 확대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우선한 선택이자, 사우디 정부 개혁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아람코는 유가 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14% 감소한 37조 3950억 원(270억 달러)를 약간 넘겼음에도, 1분기에 42조 9350억 원(310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2024년에도 총 배당금이 약 171조 7400억 원(124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아람코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024년 연간 6.5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올해 배당금은 기본 배당과 특별 성과 배당을 합쳐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아람코 지분 매각에는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세계 최고 투자은행들이 매각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우디 내셔널 뱅크, 알 라지 캐피털, 리야드 캐피털, 사우디 프란시 등 현지 기업들도 매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국부펀드와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 등 해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이는 아람코의 높은 배당 수익률과 사우디 정부의 경영 지원 등이 투자 포인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재정적자 메우기 위해 아람코 자금을 활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익분기점 추정치인 2024년 약 13만 2000원(96 달러)를 크게 밑도는 배럴당 약 11만 원(80 달러)수준에 그치면서 재정수지 적자가 커진 탓에 정부는 네옴 시티 일부 초대형 프로젝트를 축소한 바 있다.

특히, 아람코는 이번 지분 매각에 앞서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인 40조 7190억 원(294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아람코 지분은 정부 82%, 공공투자기금(PIF)이 16%이다. 회사 주식의 2%만이 공개적으로 거래된다. 당시 국제사회의 관심은 예상보다 적었고, 그 이후 정부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에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사우디 국가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저는 계속되었고, 국제 유가 역시 저조해 사우디의 경제 개혁 프로그램이 자력으로만 끌고 가기에 벅차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석유 부문에서 창출된 국부를 새 산업 기반 조성에 활용해 다각화된 경제를 건설할 것”이라며 아람코 매각과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비전 2030’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가격의 변동성, 재정의 불안정성 등을 감안할 때, 사우디정부의 거대 국가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해외 투자자 유치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일관성과 함께 더욱 투명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