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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50년 역사의 '페트로달러’ 협정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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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50년 역사의 '페트로달러’ 협정 종료

탈석유 시대 대비 ‘새로운 금융질서’ 개척, 달러 약세 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페트로달러 계약 종료를 결정하면서 국제 결제 시스템이 변화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페트로달러 계약 종료를 결정하면서 국제 결제 시스템이 변화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50년간 유지해온 미국과의 석유 달러 협정을 종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사우디는 앞으로 석유 거래에서 달러 외에 다양한 통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가 6월 9일 이 협정을 갱신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이 나라는 석유와 상품 거래에 달러 외에 위안화·유로화·엔화 등 다른 통화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12일(현지 시각) 비즈니스스탠더드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1974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시작된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하는 중대한 변화다.

◇ ‘페트로달러’ 시스템 붕괴, 달러 약세 예상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석유 수출국들이 석유 대금을 달러로만 받고, 이를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는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제 사우디의 석유 대금 탈달러화 선언으로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중국 위안화나 디지털 화폐 등이 국제 결제 통화로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이번 결정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는 ‘비전 2030’ 전략의 일환이다. 석유 시장에서 영향력 감소와 미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 탈석유 시대 도래 등이 맞물려 사우디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모색해왔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와 석유 대금 결제 수단 다변화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이다.

◇ 디지털 화폐 기반 ‘mBridge’ 프로젝트 참여,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


사우디는 국제결제은행(BIS)의 ‘mBridge’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국제 결제 시스템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mBridge’는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연결해 실시간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이는 각 나라의 디지털 화폐를 서로 바꿔주고 결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현재 26개국이 참여해 개발 작업을 진행 중으로 환전 수수료나 시간 낭비 없이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우디의 참여는 석유 대금 결제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사우디의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달러 약세, 위안화 부상, 디지털 화폐 도입 등은 기존의 금융 질서를 뒤흔들 수도 있는 요인이다.

물론, 국제결제은행이 최근 3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달러는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전체 거래의 88%를 차지했다. 비율은 1989년에 비해 약간 낮아졌을 뿐이다.

여전히 달러의 강고한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달러 위주의 결제 시스템 변화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새로운 금융 상품 및 서비스의 등장 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결국 사우디의 석유 달러 협정 종료는 탈달러화와 디지털 금융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아직 달러 결제 시스템이 견고해 새로운 질서 정착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비해 개인 투자자는 다양한 통화와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기업도 다양한 통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국가도 자국 통화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