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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한계 없는’ 우호 관계 균열 조짐...글로벌 질서 재편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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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한계 없는’ 우호 관계 균열 조짐...글로벌 질서 재편론 대두

중-러 연대 필요성 크지만, 불신과 실망으로 발전 제약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지도자.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지도자. 사진=로이터
2022년 선언된 중국과 러시아의 ‘한계 없는’ 우호 관계에 균열 조짐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유 진영과 대결하는 권위주의 진영의 두 대표 주자 사이의 미묘한 견해 차이가 드러나는 것으로, 앞으로 글로벌 질서 재편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성급한 주장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양국 사이는 자유 진영의 견제에 자신들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 결속이 강해지지만, 자유 진영의 긴장을 불러와 더 강한 견제를 초래할 때는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하거나 후퇴할 수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오일프라이스가 보도했다.

양국은 2022년 2월 ‘새로운 시대의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협력 확대와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한계 없는’ 우호 관계를 선언했다.

양국은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하기로 합의했으며, 서방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으며, 내정간섭 금지와 각국의 발전 모델을 존중하기로 했고, 경제 협력 확대 및 합동 군사훈련 등 군사 협력도 강화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하지 않은 점,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 경쟁이 여전한 점,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피하려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 등으로 선언을 구현하는 데 일정한 한계와 갈등이 존재했으며, 최근 양국 관계 결속에 더 영향을 줄 미묘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당시, 천연가스 추가 구매 요청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러시아 천연가스가 필요하지만, 과도한 구매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고, 판매처가 없는 러시아에서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 시간을 끈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양국 관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시아 지원에 따른 서방의 경제적, 외교·안보적 견제를 우려해 러시아 천연가스 추가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러시아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서방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에 부족하다는 중국 측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속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으나, 실제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지만,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 전체와 전쟁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바라는 아낌없는 지원, 곧 ‘한계 없는 우정’을 기대한 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을 중국에 더 많이 개방했다. 러시아 내수시장에서 서방의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석권했다. 이에 러시아로서는 당연히 중국이 러시아에서 얻는 이익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가스를 더 많이 사주고, 전쟁에 필요한 물자도 판매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실현되지 않았고, 이에 러시아로서는 실망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이나 제재 회피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여왔다. 이는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유지하고,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려 한다는 걸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단일 전선을 형성하고, 특히 경제 회복이 필요한 중국 견제를 강화해 중국에 들어와 있던 글로벌 자본유출이 심해지고, 과학기술 규제도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러시아를 마냥 지원할 수 없는 사정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러시아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이고, 중국으로서도 더 많이 러시아를 지원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중국과 러시아가 선언했던 ‘한계 없는’ 우호는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 내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제 러시아는 중국 의존을 낮추기 위해 북한·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지근거리에 있는,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믿는 북한과 베트남을 푸틴이 직접 방문해 협력 관계를 과시하는 데 대해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심지어 북한은 최근 김정은이 푸틴을 두 번이나 직접 만나 관계를 강화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된 것을 두고 중국을 직접 비난하고,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철수까지 거론했다. 중국으로서는 불쾌감을 느낄 사안이다.

또한, 중·러 관계의 변화는 브릭스(BRICS)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국의 협력이 약화될 경우, 브릭스의 결속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자유 진영에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권위주의 연대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한계 없는’ 우호 관계는 복잡한 국제 관계로, 새로운 진전 없이 정체 상태에 있으며, 오히려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변화, 러시아와 북한·베트남 사이의 접촉 확대는 향후 지정학적 질서의 변화, 안보 지형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당연히 경제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어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