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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광고 전쟁으로 본 2024년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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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광고 전쟁으로 본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가 지난 5월 1일 미국 위스콘신주 워키샤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이 쓰인 모자를 쓴 채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가 지난 5월 1일 미국 위스콘신주 워키샤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이 쓰인 모자를 쓴 채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거 캠페인, 특히 광고는 각 진영의 전략과 정책 메시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수단이다. 최근 미국 공영방송 NPR이 광고업체 애드임팩트의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2024년 미국 대선 구도를 조망해보자.
◇ 선거 광고비 집행 특징

우선, 2024년 미국 대선 과정에 바이든과 트럼프 진영의 광고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난다.
전체 광고 지출액은 7,21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바이든 진영이 4,920만 달러(68.2%)를, 트럼프 진영이 2,210만 달러(30.7%)를 사용했다. 바이든 쪽이 트럼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광고에 쏟아 부은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중 바이든 캠페인이 직접 사용한 금액은 3,420만 달러로, 전체 4,920만 달러의 약 69.5%이다. 바이든 캠페인의 특징은 중앙이 광고비 집행을 대부분을 관리하는 점이었다. 잔액은 민주당 전국위원회나 전국 지역 조직이 사용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전국 단위 광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지지하는 외부 단체인 MAGA는 총 1,200만 달러를 광고에 사용했다. 약 50% 정도이며, 특이한 점은 트럼프 공식 선거 캠페인 조직에서 쓴 광고비는 고작 7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진영은 광고를 통한 선거전략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 트럼프 진영은 공식 캠페인보다 외부 지지 단체를 통한 광고에 더 의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캠페인이 광고에 거의 돈을 쓰지 않은 것도 특이한 전략으로, 이는 트럼프 진영이 소셜 미디어나 집회 등 다른 방식의 선거 운동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뜻한다.

◇ 경합주 광고 전략

양 진영 모두 7개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 광고비 집행을 집중했다. 이는 이들 지역이 선거 승리에 지극히 중요한 곳임을 보여준다. 전체 광고비 가운데 70%가 이들 지역에 투입됐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에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됐다. 총 2,120만 달러가 지출됐으며, 이는 전체 광고비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는 양 진영 모두 이곳을 이번 선거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펜실베이니아는 20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어,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이곳은 양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매우 근소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최근 공화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이 지역에 공화당 전력이 상당 부분 투입되고 있고, 민주당은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 자금 투입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곳은 인구 구성이 다양하고 정치 성향도 복잡해 광고를 통한 설득과정이 매우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특징은 바이든 진영은 7개 주 모두에서 광고하고 있지만, 트럼프 진영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위스콘신 등 4개 주에 광고비 집행이 없다는 점이다. MAGA도 광고비 사용의 약 80%를 펜실베이니아에 집중했고, 나머지 20%의 대부분은 조지아에 투자했다.

트럼프의 이런 특정 경합주 편중 집행에도 불구하고 경합 7개주 모두에서 오차 범위 내이지만,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에서 지금까지 트럼프가 더 잘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 주요 메시지와 공략 대상 유권자

전체 광고 지출액 7,210만 달러를 기준으로 주요 주제별 집행 비율을 보면, 총 6개 주제에 3,630만 달러(50.4%), 나머지 49.6%는 다른 주제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투입한 광고 이슈는 낙태다. 흥미로운 점은 양측 모두 낙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약 1,900만 달러가 사용됐으며, 이는 단일 이슈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전체 공고 비용의 약 4분의 1이 집행된 것이다. 이는 낙태권이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다음은 이민(870만 달러, 12.1%), 범죄(840만 달러, 11.7%), 경제(680만 달러, 9.4%), 인플레이션(540만 달러, 7.5%), 오바마케어(520만 달러, 7.2%), 채용 정보(180만 달러, 2.5%) 순이었다.

바이든 진영의 주력 광고 메시지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이었다.

지난 10년간 오바마케어에 대한 여론의 극적인 변화를 반영한 캠페인 전략으로, 2014년 53% 반대율을 기록했으나 이제 62%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바이든 진영은 의료보험 문제에 관심 큰 고령층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민 문제를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 이는 보수층과 국경 안보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경제 문제와 바이든의 능력에 대한 의문 제기로 메시지를 확장하고 있다.

◇ 광고 전략 비교와 평가

광고 집행과 전략을 보면, 바이든 캠프는 전국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으며, 오바마케어와 같은 대중적 정책을 강조하고, 다양한 이슈에 폭넓게 유권자 상대로 정책을 어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핵심 경합주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민과 경제 등 보수층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전략과 광고 집행 결과, 현재 여론조사 변화 추이를 보면, 바이든의 경우 아직 상대적으로 많은 광고비 대비 지지율 상승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또한, 경제 등 유권자 주요 관심사에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많다.

트럼프 진영은 효율적 자금 집행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일부 주에 광고가 편중되고 있어 나머지 주에서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사법 문제 등 개인 비리가 메시지 전달을 방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광고전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사전 투표 시작 3개월 전부터는 광고의 양과 강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라신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라신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광고가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

현재까지 광고 전쟁이 선거 판세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바이든 진영이 압도적으로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트럼프를 추월하지 못하고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지지 변화가 보여주듯이, 지속적인 메시지 노출에 유권자 인식이 서서히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양 진영의 집중적인 경합주 광고도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진영의 경합주 가운데 특정 주에 대한 집중적인 광고 전략은 해당 주에서 우위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펜실베이니아 같은 핵심 경합주에서 성과는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광고 전쟁은 11월 대선의 서막에 불과하다. 선거 결과는 후보의 종합적 이미지, 정책 비전, 선거 막바지의 정세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주로 광고에서 접한다는 점에서, 각 진영의 광고 전략과 노출 빈도는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