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대선] 기업인과 일반인, 미국 대선에서 경제 정책에 큰 인식 차이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미국 대선] 기업인과 일반인, 미국 대선에서 경제 정책에 큰 인식 차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제 정책에 대한 기업인들과 일반 유권자들의 인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바이든 경제 정책이 트럼프보다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ABC 뉴스와 입소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경제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에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14%p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기업인들은 이런 여론과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인다. 대선 선거 자금 기부 현황을 보면, 기업인들은 트럼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고 바이든 경제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볼 수도 없지만, 트럼프 지지에 신중한 입장이다.
예를 들면,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CEO들은 대부분 역사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 사람은 0명이라고 예일대 제프리 소넨펠드가 밝혔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친공화당 CEO조차 공화당 다른 후보나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페인에 일부 기부했지만, 트럼프에 기부는 없었다. 이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대선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예상 밖 선택은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했던 미국 기업인들이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고 있음에도 공개적인 지지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100대 기업 CEO 기부금은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었을 때는 아예 없었고, 2020년 현직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포춘 100대 기업 CEO 가운데 단 두 명만 기부금을 냈다.

트럼프에 앞서 2004년 조지 W. 부시는 CEO 42명의 기부금을 받았다.

포춘 100기업 CEO의 약 3분의 2가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이들은 트럼프 추종 MAGA가 아니며, 바이든보다 트럼프에 더 거리감을 둔다.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웹사이트 기부금 모금 현황을 보면, 초박빙 구도의 지지율 조사에서 조금 더 앞서는 공화당이 3억8,349만 달러로 2억2,848만 달러를 모은 민주당보다 앞서지만, 개별 후보로는 바이든이 2억1,448만 달러로 1억9,574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보다 조금 더 앞선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6월에만 1억2700만 달러(약 1762억 원)를 모금했다. 이 모금액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바이든 캠페인의 최고 기록으로, 지난 27일에 있었던 TV토론 이후 4일 동안에 약 3800만 달러가 늘어났다.

고액(2,000달러 이상) 비율은 바이든이 22.69%, 트럼프가 11%, 소액(200달러 미만) 비율은 바이든이 54.54%, 트럼프는 59%의 비율을 보였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고액 기부금 비율을 감안하면, 기업인들이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선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바이든이 전체 모금액에서 앞서고, 특히 고액 기부자 비율에서는 트럼프보다 두 배 이상 앞선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로 지지층이 확연하게 분열된 가운데 자칫 특정 기업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기부금을 공개적으로 납부할 경우 소비자이기도 한 유권자들이 해당 기업 제품을 불매하거나 주식 투자를 꺼릴 수도 있다는 점을 기업인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주요 대기업들이 정치 자금 기부에 신중해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이나 부자증세 정책 공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세금 문제를 넘어선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과 태도보다 바이든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노선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기업에는 정치적 안정성이 비즈니스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전 세계와 교역이 많은 미국 기업으로서는 바이든의 다자주의적 접근이 무역 전쟁 감소와 국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기업인들의 정서에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은 재임 시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으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해, 단기적인 세금 증가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대형 투자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틱톡의 모회사인 사스케해나의 제프 야스, JP모건의 다이먼 등은 트럼프를 더 지지한다. 테슬라의 머스크도 최근 트럼프로 돌아서는 행보를 보인다. 월가 투자가들도 트럼프 재임 당시 주식시장이 더 호황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인 기업인들의 경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인들은 초박빙의 선거에서 어쩌면 트럼프가 당선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증세나 감세 등 세금 문제보다 기부 사실 공개에 대한 부담이나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일반 유권자들의 경제 인식

반면, 일반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고를 절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젊은 층이나 저변층에서도 물가 상승 불만으로 트럼프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퓨 리서치의 5월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현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37%로 1월의 44%에서 감소했다. 설문 응답자의 62%가 지금 가장 심각한 경제 문제를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반 유권자들이 장기적인 경제 정책보다 현재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인식 차이의 원인과 대선에 미칠 영향

기업인들과 일반 유권자들 사이의 이러한 인식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이해관계 차이로 볼 수 있다. 기업인들은 글로벌 경제, 무역 정책, 규제 환경 등에 더 민감한 반면, 일반 유권자들은 일상적인 생활 경제에 더 노출되어 있다.

또한, 기업인들은 더 많은 경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당장 체감하는 경제활동에서 느끼는 바가 더 크다.

이외에 기업인들은 정치적 안정성, 예측 가능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당장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 더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각자 가치관의 차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문제, 다양성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가치관이 기업인들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인식 차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선거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 차이가 후보들의 정책 공약은 물론 선거 자금 조달과 캠페인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민주당은 기업인들의 지지를 유지하면서도 일반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포용적 성장’ 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상과 중산층 세금 감면을 동시에 제안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반면, 공화당은 전통적인 친기업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서민 경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선거 자금 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인의 암묵적 민주당 지지 경향으로 인해 민주당의 선거 자금이 증가할 수 있지만, 공화당은 소액의 기부자들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전국적인 TV 광고와 디지털 캠페인, 조직화에, 공화당은 풀뿌리 운동과 SNS를 통한 캠페인에 집중할 수 있다.

정책 공약에서도 양당 모두 인플레이션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내세울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화, 식품 가격 통제 등의 구체적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러스트 벨트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는 제조업 부흥 정책을, 기술 산업이 발달한 해안 지역에서는 혁신 정책을 강조하는 등 지역별로 차별화된 경제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