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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 2027년 34경 1500조 원 규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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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 2027년 34경 1500조 원 규모 전망

“핀테크 약진에 은행권 위기감 고조, 속도·비용·투명성 개선 통한 고객 경험 혁신 필요”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국경간 자금 거래 더 커진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경간 자금 거래 더 커진다 사진=로이터

시티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34경 1,500조 원(250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17년 20경 4,900조 원(150조 달러)에서 10년 만에 13경 6,600조 원(100조 달러)가 증가하는 수치로,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보인다. 이러한 성장세는 일반적인 글로벌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 통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거래 패턴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을 우회하는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면서 동남아 등 신흥국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이 있다. 시티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40%의 은행들이 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핀테크 기업에 빼앗겼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89%의 은행들이 향후 5~10년 안에 5~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은행 산업의 총 자산이 약 24경 5,880조 원(180조 달러)로 추정되므로, 현재와 향후 예상을 합치면, 약 1경 5,845조 6,000억 원(11.6조)~2경 6,773조 6,000억 원 (19.6조 달러) 자산이 전통 은행에서 핀테크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매우 큰 규모의 자금 이동을 의미한다. 한국의 2022년 GDP(약 1.7조 달러)의 7~12배,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금액이다.

이는 사람들이 점점 더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기존 은행들이 영업 활동을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고객을 잃고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핀테크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포착했다는 데 있다. 현대 소비자들은 국내 결제에서 경험한 즉시성과 투명성을 국경 간 결제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개인 간 거래뿐만 아니라 기업 간 거래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는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56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리벌룻은 3,500만 명 이상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150개국 이상에서 30개 이상의 통화로 무료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영국 기업인 와이즈는 월 1,3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80개국 이상에서 50개 이상 통화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은행들도 다양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개별적으로 처리되는 결제 시스템인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을 24시간 운영하거나 국가 간 즉시 결제 시스템을 연계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코인, 토큰화된 예금 등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혁신도 탐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고객 경험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엔드투엔드 관점의 접근, 데이터 활용, 직관적 사용자 경험 설계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또한,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중개자인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술 도입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도 국경 간 결제 혁신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AI는 이상 거래 탐지나 고객 응대 등에 활용될 수 있으며, 메타버스는 새로운 형태의 국경 간 상거래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금융 시스템의 변화도 예상된다. 미국 달러 중심의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통화와 결제 시스템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규제가 복잡해질 수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스는 2021년부터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로 실시간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기존 은행 대비 최대 90% 싼 수수료로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2년 리플넷을 활용한 태국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여 송금 시간을 기존 2일에서 2시간으로 단축했다.

한국은행도 2022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2단계 모의실험을 진행했으며, 국제 송금과 연계한 실험도 포함되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23년 초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글로벌’을 출시해 해외 쇼핑몰에서 한국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22년 말부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QR 결제 연동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도 삼성페이를 통해 해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에 더 빠르고 저렴한 국제 결제 서비스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 핀테크 기업들에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통적인 은행들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핀테크 기업들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내에 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 당국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적인 협력과 표준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의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더 발굴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결국, 국경 간 지급결제 시장은 기술 혁신과 치열한 경쟁 속에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모두 고객 중심의 혁신에 주력해야 생존과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 비용, 투명성 개선을 통한 고객 경험 혁신이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국가가 미래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