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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곡선’의 진화, 노동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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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곡선’의 진화, 노동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베버리지 임계점, 인플레이션 예측 새 지표로...연준 정책 운용에 중요한 함의 제공”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가운데, 노동시장 과열이 인플레이션 핵심 변수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사진=로이터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사진=로이터

이는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주목을끌 만하다.

브라운대학 가우티 에게르손 교수와 베른대학의 피어파올로 베니뇨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역L자형 필립스 곡선’ 개념을 통해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평탄한 필립스 곡선 이론을 수정한 것으로, 특히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동향을 예측하고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적 필립스 곡선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단순한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면, ‘역L자형 필립스 곡선’은 노동시장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미국 경제가 경험한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과 그 이후의 완만한 하락을 설명하는 데 더욱 적합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연구 결과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지표인 ‘베버리지 임계점’의 도입은 연준의 정책 툴박스에 중요한 추가 요소가 될 수 있다.

◇ 노동시장 과열의 새로운 지표, ‘베버리지 임계점’

연구진은 노동시장 과열을 판단하는 새로운 지표로 ‘베버리지 임계점’을 제안했다. 이는 구인율(v)과 실업률(u)의 비율이 1을 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노동시장이 과열되었다고 볼 수 있다. 노동 수요(구인)가 노동 공급(실업자)을 초과하는 상황으로, 이를 넘어서면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11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6번의 주요 인플레이션 급등기 중 5번이 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지표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현재 미국의 v/u 비율은 1.2로, 여전히 임계점을 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준의 금리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 공급 충격의 증폭 효과와 ‘연착륙’ 가능성

연구진은 노동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는 공급 충격의 영향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연구진은 인플레이션 예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실업률 증가 없이도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연착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1970년대와 같은 심각한 불황 없이도 인플레이션 관리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연준 정책에 대한 함의

이 연구는 연준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핵심은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단순히 실업률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전반적 과열 정도, 특히 구인율(v)과 실업률(u)의 비율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v/u 비율은 1.2로, ‘베버리지 임계점’(1.0)을 여전히 초과하고 있어, 노동시장이 과열 상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경제 활동을 더욱 자극하여 노동시장의 과열을 심화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거나 더 인상하는 것도 위험하다. 과도한 긴축은 경제 활동을 급격히 위축시켜 기업들의 구인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이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고용 시장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과열 정도(v/u 비율)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정책을 섬세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연준에서 노동시장이 더 균형적인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과도한 긴축으로 실업률 급등도 피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국제 금융시장과 환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경제의 경우 미국 금리 정책에 따라 자본 유출입이 크게 영향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업별로는 노동집약적 서비스 업종과 제조업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과열로 인한 임금 상승 압력은 이들 산업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자동화 기술과 AI 관련 기업들은 노동력 대체 수요 증가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결국 이번 연구는 노동시장 동향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해야 함을 시사한다.

정책 당국은 물론 기업과 투자자도 노동시장 지표, 특히 베버리지 임계점에 더욱 주목하며 경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향후 경제 회복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연준 정책 운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