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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기업들, 중국과 '완전 결별' 수준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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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기업들, 중국과 '완전 결별' 수준 재편

“IBM·MS 중국 철수, 실리콘밸리 VC 투자 위축, 美 대선 후 강화될 듯”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사업 재편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미·중 기술경쟁의 미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불안한 미·중 기술경쟁의 미래. 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IBM의 중국 내 연구개발(R&D) 부서 폐쇄 결정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향후 더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 내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공지능(AI) 연구 운영 축소와 맞물려, 미국 IT 공룡들의 중국 사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중 강경 정책 공약은 이런 추세가 향후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이번 철수는 미 대선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전략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이탈 가속화


IBM의 중국 내 R&D 부서 폐쇄는 1000명 이상의 직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BM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9.6% 감소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계속 부진한 실적을 보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직원들에게 다른 국가로의 이전을 권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양자컴퓨팅·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후,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위험을 더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 미국 대선과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이런 가운데, 2024년 미 대선 주요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국 강경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며 전략적 산업에서 보호주의적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중국과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기술 경쟁 강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역시 더 강경한 접근을 예고하며, 중국에 투자 제한 확대와 기술 분야에서 탈동조화 가속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흐름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중 기술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중국 사업에 대한 위험을 더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반적인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 실리콘밸리 VC, 중국 투자 위축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이탈은 벤처캐피털(VC)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를 포함한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21년 470억 달러에서 2023년 56억 달러로 88% 급감했다. 세쿼이아캐피털, GGV캐피털 등 주요 VC들은 이미 중국 사업을 분리하거나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

이 추세는 미 의회의 감시 강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가 미국 VC들의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은 향후 투자 환경이 더욱 악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대중 강경책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VC의 중국 투자 위축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 중국의 대응과 전망


중국 정부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응해 자국 기업의 기술 자립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전략’ 등을 통해 핵심 기술 국산화를 추진 중이며, 특히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대응은 미국 대선 결과와 밀접하게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2025년 가을에 열려야 하는 20기 4중전회를, 시진핑 주석이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신속 대응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재확인하려고 한다.

또한, 8월 말 예정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과 11월 브라질 G20 회의에서의 시진핑-바이든 정상회담 가능성 등은 중국의 대미 전략 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대선 이후인 2024년 말에야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지만, 중국의 미·중 기술 경쟁 확대에 대한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한국 기업들은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대응이 시급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더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위험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칩스법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국 내에 있는 반도체 생산 시설의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다분히 이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중국 원자재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은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기술 규제를 모두 고려한 글로벌 확장 전략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에 대응해 유연한 생산 및 공급망 전략을 구축하고, 양국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험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