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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테슬라엔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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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테슬라엔 '악영향'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성향 변화가 미국 대선과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의 정치 관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머스크의 정치 관여. 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년간 중도에서 우파로 급격히 이동했으며,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의 정치적 변화는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 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미국 정치 지형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 머스크의 우경화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의 봉쇄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점차 민주당과 거리를 두며 공화당 지지를 선언했다. 특히 트랜스젠더 권리와 이민 정책, 다양성 이니셔티브 등 문화 전쟁의 핵심 이슈들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머스크는 2020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는 바보”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이는 그의 게시물 중 처음으로 10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는 정부의 봉쇄 정책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시작점이었다.

이런 성향은 시간이 지나며 더 뚜렷해졌다. 2022년 5월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그의 정치적 견해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분기점이었다.

특히 2023년 이후 문화 전쟁의 핵심 이슈들에 보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대화 중 1400건 이상에서 ‘DEI(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인종차별주의자’, ‘트랜스젠더’, ‘젠더’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이는 그가 이런 사회적 이슈에 보수적 견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들어 그의 관심은 이민 정책으로 확대됐다. 2024년 1월 이후 대화 중 900개 이상에 ‘불법 이민자’, ‘이민자’, ‘국경’ 등 용어가 포함됐다. 이는 이민 문제가 그의 정치적 의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머스크는 보수 성향의 정치 논평가들과의 교류도 크게 늘렸다. 2023년 이후 그는 보수적 정치 논평 계정인 @EndWokeness와 470번 이상 상호 작용했으며, 보수 정치평론가 알렉스 로루소와도 약 450번의 대화를 나눴다. 이는 그가 보수적 정치 담론에 더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머스크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우파로 크게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영향력 있는 지위와 1억9000만 명에 달하는 X(옛 트위터) 팔로어를 고려할 때, 이런 변화는 미국의 정치 지형과 기업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선과 시장에 미칠 파장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선언은 2024년 대선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 그의 지지는 트럼프 캠페인에 상당한 재정적·대중적 지원을 제공할 영향을 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PAC에 매달 상당한 금액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록 머스크가 나중에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여전히 트럼프 캠페인에 중요한 재정적 지원이 될 수 있다.

특히 머스크의 영향력은 기술 산업과 젊은 유권자층에서 두드러진다. 갤럽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유권자의 48%가 머스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연령대로, 머스크의 지지가 이 층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그가 이끄는 기업들, 특히 테슬라의 주가와 사업 전망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지지로 인한 보수층의 호감도 상승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진보 성향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와 충돌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테슬라의 주요 고객층은 전통적으로 환경 의식이 높고 진보적 성향을 보인 소비자들이었다. 모닝컨설트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 소유자의 38%가 민주당 지지자였고, 32%가 공화당 지지자였다. 트럼프 지지로 인해 이 균형이 변할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공화당 지지자의 테슬라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진보 성향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22년 모닝컨설트의 조사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테슬라의 호감도가 20%포인트 하락했다는 결과가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를 비롯한 그의 기업들 실적과 주가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환경 정책, 전기차 보조금, 우주 산업 규제 등 머스크 사업과 직결된 정책 이슈들에 대한 입장 변화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한편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가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업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테슬라에 대한 정부 정책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규제완화 정책이 테슬라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미국 정치 지형과 기업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가 개별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 동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머스크의 행보가 가져올 정책 변화, 소비자 반응, 규제 환경의 변화 등을 주시하며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