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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기상 이변, 보험 산업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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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기상 이변, 보험 산업 생존 위협

기후 변화가 보험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기후 변동과 보험산업 위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후 변동과 보험산업 위기. 사진=로이터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면서, 극단적 기상 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환경 문제를 넘어 보험 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보험사들은 이미 기후 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산불, 홍수,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해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스위스리(Swiss Re)의 추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은 약 11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10년 평균인 98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미국에서만 2023년 8월까지 19건의 10억 달러 이상 재난 사건이 발생했으며, 2024년에는 그 수와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23년 하와이 마우이 산불은 100억 달러 이상 피해가 발생했고, 단일 사건으로는 하와이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런 대형 재해는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무디스(Moody's)는 향후 30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최대 69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보험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는 보험사들의 기업 가치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캘리포니아의 산불 위험이 고조되면서 주요 보험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스테이트의 주가는 2023년 한 해 동안 약 20% 하락했으며, 트래블러스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보험사 평가에 점점 더 잘 반영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위험지역에서 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아예 시장을 떠나고 있다.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등 대형사들조차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재해 빈발 지역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신규 주택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는 보험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 보호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는 것으로, 기후 변동이 초래하는 보험사 경영 위기와 소비자의 삶의 안정에 큰 도전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험 산업의 위기는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보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험 비용 상승은 기업의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면 주택 소유나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재난 대응 부담이 커지면서 재정 압박도 가중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부동산 가치 하락, 경제 활동 위축 등 연쇄적인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글로벌 흐름에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은 현지 보험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보험 비용 증가나 보장 범위 축소는 사업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공장이나 물류 센터의 기후 위험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은 자체적인 기후 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극단적 기상 이변에 대비한 사업장 안전 강화, 공급망 다변화, 친환경 기술 투자 등이 필요하다. 이는 비용이 아닌 장기적 생존과 경쟁력을 위한 필수 투자로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보험 산업의 위기는 기후 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보험은 ‘탄광의 카나리아’ 같은 역할을 한다.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기후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기후 변화에 더 강력한 종합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암시한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결국, 기후 변화는 보험 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위험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제 단기 이익보다 장기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며, 기후 위험 관리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