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삭감의 배경과 기업의 입장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팬데믹 기간 구인난 속에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임금을 제시했던 기업들은 이제 고용 시장이 냉각되자 임금 조정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쿠르트 조사에 따르면, 2분기에 새로 고용된 근로자 중 58%만이 이전 직장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작년 4분기의 70%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이다.
현장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금 부문을 통제하고 있다. 보너스 삭감이나 동결, 성과급 인상 축소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저비용 도시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원격 근무를 활용해 임금 비용을 줄이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적인 위험 관리 컨설팅 회사 WTW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23년 4.5%였던 임금 인상률을 2024년에는 4.1%, 2025년에는 3.9%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WTW 전무이사 로리 위스퍼에 따르면, 임금 인상을 0.1%포인트만 줄여도 연간 급여 비용에서 수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연간 급여 총액이 10억 달러인 대기업이 임금 인상률을 4.5%에서 4.1%로 0.4%포인트 낮춘다면, 연간 약 4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 큰 규모의 기업이라면 이 절감액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이 절감한 비용으로 각 기업 전략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수익성 개선, R&D나 새로운 기술 투자,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디지털 전환, 마케팅 및 브랜드 강화에 투입한다.
◇ 근로자들의 반응과 경제적 영향
임금 삭감 추세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응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일부 근로자들은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지만, 현재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서 직장을 유지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임금 삭감 추세는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도한 액시오스 여론조사 결과는 임금 삭감 추세와 근로자들의 기대 사이의 뚜렷한 갈등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임금 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는 기업의 임금 삭감 노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로,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근로자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느끼며,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적인 구매력 감소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임금 삭감 시도는 근로자들의 불만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갈등은 세대별로도 차이가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에 대해 특히 강한 욕구를 보인다. 이들은 생활비 상승과 학자금 대출 부담 등으로 재정적 압박을 더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로자들은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임금은 그에 상응하게 오르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어,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오히려 급여를 줄이려 하자 근로자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근로자가 더 높은 임금을 위해 직장을 옮길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임금 삭감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갈등 구조는 향후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금 삭감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임금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질 수 있어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 한국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시사점
미국의 이런 임금 삭감 추세는 한국 기업과 근로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비용 절감 압박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임금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 상승 기대를 조정하고, 직무 역량 강화로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인재 확보난을 고려해, 임금 삭감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연계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등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임금 삭감 추세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향후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주시하며,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