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이 체코 원전 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1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제한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세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는 야심찬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정책의 핵심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정책은 더욱 가속하여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독일 전력 생산 중 약 41%가 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Energy)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정책으로 인해 2002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 약 888조4500억 원(6000억 유로)의 추가적 비용이 발생했다. 이는 연간 평균 약 44조 원(300억 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독일 재정에 큰 부담이 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막대한 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만약 독일이 원전을 유지하면서 신규 원전에 투자했다면, 약 488조6475억 원(3300억 유로)를 절약하고도 73% 더 많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주요 원인은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백업 발전원이 필요하다. 독일은 이를 위해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했고, 이는 결국 탄소의 배출량 감소 효과를 상쇄시켰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글로벌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원전을 고려하던 국가들이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원전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원전 기술력과 건설 경험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독일 사례를 교훈 삼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국가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기업의 해외 원전 수주 기회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시해야 한다. 원전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전반적인 경제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독일 사례는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환경, 경제,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며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나 배제는 피해야 한다.
앞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를 교훈 삼아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원전 산업은 이런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독일의 막대한 비용의 원전 폐지 교훈이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