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부채 42경 원 "세계 경제에 폭탄"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글로벌 부채 42경 원 "세계 경제에 폭탄"

부채의 범람, 세계 경제 위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부채의 범람, 세계 경제 위협. 사진=로이터
세계 경제가 거대한 부채의 바다 위에 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글로벌 부채 규모는 약 42경2257조5000억원(315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세계 GDP의 약 2.4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4만1000달러의 빚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3일(현지시각) 싱가포르의 스플래시 247이 보도했다.
이러한 천문학적 수치는 세계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보도에 따르면, 부채 증가 메커니즘은 현대 금융시스템의 근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GDP는 통화 공급량과 거의 같다. 이는 통화 유통 속도가 오랫동안 1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핵심은 새로운 돈이 주로 은행 대출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대출이 이뤄지면 새 돈이 생기고, GDP도 증가한다. 반대로, 대출이 상환되면 그만큼의 돈이 사라진다. 따라서 GDP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계속 새로운 대출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총부채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즉,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없이는 성장이나 심지어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구조다. 이는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갈 수 있듯이, 현재 경제 시스템 역시 계속해서 새로운 부채를 만들어내야 유지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통화 공급이 사립 은행의 대출을 통해 창출된다는 점이다. 대출 상환 시 돈이 파괴되고, 새로운 대출을 통해 다시 창출되는 이 순환구조 속에서 총부채 수준은 GDP 유지를 위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부채 급증은 세계 경제의 안정성 우려를 증폭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4년 2분기 기준 총부채는 35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GDP의 약 123%에 해당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3년까지 미국의 부채가 GDP의 18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부채도 매우 심각하다.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는 GDP의 약 2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업 부채가 GDP의 1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경제성장 둔화 시 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100조 위안(약 15조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어 실제 부채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2023년 말 기준 정부 부채가 GDP의 약 90%를 기록했다. 특히 그리스(171.3%), 이탈리아(144.4%), 포르투갈(112.5%), 스페인(111.2%), 프랑스(110.6%)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이들 국가의 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부채 급증은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높은 부채 수준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GDP의 90%를 넘어서면 경제성장률이 연간 0.2%포인트 낮아진다. 둘째,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경제 위기 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부채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가 부채의 덫에 빠져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경제정책 수립과 금융시장 안정성 유지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 가계부채는 2024년 2분기 기준 GDP 대비 102%로,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이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더욱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3년 말 기준 국가채무(D1)는 1102조원으로 GDP 대비 51.0%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37.7%)에 비해 13.3%p 증가한 수치다. 더 우려되는 점은 증가 속도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국가채무 외에도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D2)는 더 심각하다. 2023년 말 기준 D2는 1409조원으로 GDP 대비 65.2%며, 여기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는 2195조원으로, GDP 대비 101.6%에 이른다.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7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OECD가 권고하는 적정 수준(60%)을 초과하는 수치다.

이런 부채 증가는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금리 상승 시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이는 개인과 기업의 파산 위험을 높이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부채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생산성 향상 없는 부채 증가는 결국 경제 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적절히 관리된 부채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부채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으며, 정부는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그 사용 목적과 관리 방식에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부채 증가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로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채 부담 증가에 따른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리 변동에 민감한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 관리와 기업의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와 한국 경제는 부채라는 양날의 검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제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부채의 효율적 사용과 리스크 관리,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실질적 경제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는 이 거대한 부채의 파도를 어떻게 타느냐에 달려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