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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핫스팟들, 관광객 급증에 ‘관광세’ 도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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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핫스팟들, 관광객 급증에 ‘관광세’ 도입 늘어”

전 세계 주요 관광지, 관광세 부과 확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주요 관광지, 관광세 부과 확산. 사진=로이터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급증하는 방문객으로 인한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베니스 곤돌라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제 더는 낭만적인 경치가 아닌, 도시의 부담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고 있다.

이에 많은 글로벌 목적지들이 관광객에 대한 요금을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5일(현지시각) 액시오스에 따르면, 특히, 유럽의 관광지들은 환경, 유적지, 그리고 지역 비즈니스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방문하는 세계 여행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관광 수요의 급증은 가격 상승, 도시 오염, 유적지 훼손, 그리고 현지인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급격한 관광객 증가 추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상징적인 장소들이 그 영향권에 놓여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23년 국제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8%에 달하는 수치이다. 급속한 성장은 많은 유명 관광지들에 환경적, 사회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NYU 호스피탈리티 교수 크리스토퍼 개프니는 이런 현상을 진단하면서 “우리는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갖도록 배우지만, 관광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위협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유엔 관광 부문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객 수는 2019년 15억 명에서 2030년까지 18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 붐의 주요 원인으로는 항공편에 대한 접근성 증가, 글로벌 중산층의 부상, 그리고 정보의 확산을 들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신흥 중산층의 성장은 세계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잉 관광의 부작용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2023년에 기록적인 8,5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했으며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여러 도시는 관광세 인상, 단기 임대 규제, 크루즈선 교통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관광세의 도입은 총방문객 수를 줄이고 과도한 관광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자치 단체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질랜드, 발리, 베니스 등 여러 관광지에서 이미 관광세를 도입했거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2023년 10월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료를 대폭 인상했다. 기존 35 뉴질랜드 달러(약 21.5 미국 달러)에서 115 뉴질랜드 달러(약 70.5 미국 달러)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올렸다. 이는 관광으로 인한 기반 시설 유지와 자연환경 보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2024년 2월 14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150,000 루피아(약 10 미국 달러)의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세금은 일회성으로 부과되며, 발리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용된다. 발리 정부는 이를 통해 환경 보호와 문화 보존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베니스도 2024년 4월 25일부터 7월 14일까지 29일간 당일치기 여행자에게 5유로(약 5.5 미국 달러)의 입장료를 부과했다. 과도한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도시 환경 악화와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베니스는 25명 이상의 관광객 단체 출입을 금지하고 거리에서의 확성기 사용을 제한하는 등 추가적인 규제도 도입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이미 관광 숙박 요금을 여러 차례 인상했으며, 관광세 추가 인상을 고려 중이다. 또한, 2028년까지 에어비앤비 스타일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의 관광용 전환을 막고 지역 주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24년부터 관광세를 여행자의 하룻밤 숙박 비용의 12.5%로 인상했다. 이는 이전의 7%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암스테르담은 또한 'Stay Away' 캠페인을 통해 특정 관광객들의 유입을 억제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도 2024년부터 관광세를 1인당 1박당 2유로에서 4유로로 두 배 인상했다. 이는 증가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도시 인프라 부담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광세와 방문객 수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오고 있어,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런 글로벌 관광시장의 변화는 한국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관광지들도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785만 명이었고, 2024년에는 1,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급격한 증가세는 특정 관광지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2023년 방문객 수가 1,449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쓰레기 문제, 교통 혼잡, 주거비 상승 등의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광화문 등 인기 관광지도 유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이미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검토 중이며, 서울시도 주요 관광지의 수용력 관리와 분산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향후 국내 주요 관광지들도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여 관광세 도입이나 방문객 수 제한 등의 정책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관광객 수 관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환경과 지역 사회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관광객과 현지인, 그리고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도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관광세 도입이나 방문객 수 제한은 단기적으로 관광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니스는 관광세 도입 이후 현지 호텔 예약률이 일시적으로 15%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관광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일반 관광 기업들보다 평균 7%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환경친화적이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관광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글로벌 관광시장은 ‘양’에서 ‘질’로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관광세 도입과 같은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관광객 수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관광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관광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이로운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