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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새로운 골드러시, ‘종교’ 콘텐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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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새로운 골드러시, ‘종교’ 콘텐츠 부상

“신앙 영화의 흥행 성공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바꾼다”

종교영화 인기 급등과 투자 확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종교영화 인기 급등과 투자 확산. 사진=로이터

할리우드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했다.

바로 종교와 신앙에 바탕을 둔 콘텐츠다. 최근 몇 년간 종교적 주제를 다룬 영화와 TV 시리즈들이 예상 밖의 흥행 성공을 거두면서, 주요 스튜디오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선택받은 자(The Chosen)’과 ‘예수 혁명’ 같은 작품들이 있다. 기존 종교 영화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대중성과 높은 제작 수준을 결합했다.

‘선택받은 자’는 2017년에 시작된 다중 시즌 TV 시리즈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징은 성경 속 인물들을 현대적이고 인간적 모습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인 종교 영화들이 종종 딱딱하고 교훈적인 톤을 가졌던 것과 달리, 드라마틱한 요소와 캐릭터 발전에 중점을 두어 더 넓은 관객층을 끌었다.

또 다른 혁신적인 점은 그 제작 방식이었다. 이 시리즈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했는데, 이는 전 세계 팬이 직접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자금을 모으는 것을 넘어, 시청자와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어, 4억 회 이상의 시청을 기록했다.

‘예수 혁명(Jesus Revolution)’은 2023년 2월에 개봉한 영화로,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기독교 부흥 운동을 다룬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당시 히피 문화와 기독교가 만나는 독특한 장면을 그렸다.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음악, 문화, 세대 갈등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여 종교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5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전통적인 종교 영화의 한계를 넘어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두 작품 모두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높은 제작 수준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종교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성공은 종교 콘텐츠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이 분야의 콘텐츠 제작과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고무된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신앙 바탕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있다. 예를 들어, 원더 프로젝트는 2023년에만 3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독교 테마 스트리밍 플랫폼 퓨어플릭스(PureFlix)는 2022년 기준 연간 매출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신념에 따른 투자가 아닌,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신앙 콘텐츠의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미국 사회와 문화계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교적 가치관을 담은 콘텐츠의 주류화는 미국 내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동시에, 이런 콘텐츠들이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보편적인 가치와 감동을 전달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배경의 시청자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블록버스터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관객층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영화 제작 및 배급 방식의 변화, 새로운 인재의 발굴, 관련 산업의 성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에게 이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신앙 콘텐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적 감수성을 고려하면서도 대중성을 갖춘 콘텐츠 제작은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이 분야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해당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신앙 콘텐츠의 부상은 단순한 경향을 넘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일 수 있다. 이 현상이 지닌 문화적, 경제적, 나아가 정치적 함의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며 그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