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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민 물결, 미국 노동시장·정치지형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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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민 물결, 미국 노동시장·정치지형 뒤흔든다

“900만 신규 이민자의 유입, 경제 활성화와 정치적 논란의 양날의 검”

미국 이민 노동자 급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이민 노동자 급증. 사진=로이터

미국은 최근 지난 수 세대 중 가장 큰 규모의 이민 물결을 경험하고 있다.

2020년 말 이후 약 900만 명의 이민자가 유입되어 미국 인구 구조와 노동 시장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와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새로운 이민 물결의 특징은 젊고 일할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 도착한 이민자의 78%가 16~64세의 노동 연령대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8%로 미국 태생 시민들의 62%보다 높다.

2023년 7월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 출생 노동자의 노동 참여율은 65.9%로, 미국 출생 노동자의 6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이민자들이 계속 높은 경제활동 의지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인으로, 특히 건설, 서비스업, IT에서 이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3년 6월 발표된 전미과학공학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Science and Engineering Statist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내 과학 및 공학 분야 노동력의 24%가 외국 출생이었다. 이는 이민자들이 고급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대규모 이민은 복잡한 경제적, 정치적 도전을 일으키고 있다.

단기적으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저소득층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

임금 하락 압력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고용주들이 더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둘째, 이민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거나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감수하면서 기존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약화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저소득층, 특히 저숙련 미국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들은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임금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생활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이는 사회적 긴장을 고조할 수 있다. 기존 저소득층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민자들의 유입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반이민 정서나 사회적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제 불황기나 일자리가 부족한 시기에 이러한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민의 경제적 영향은 더 복잡하다. 이민자들은 소비자이자 납세자로서 경제에 기여하며,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져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2022년 9월 발표된 미국 이민정책연구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민자 가구는 연방세로 3,080억 달러, 주세와 지방세로 1,610억 달러를 납부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증가한 수치로, 이민자들의 세수 기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2023년 4월 발표된 미국 특허청(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이 출원한 특허의 약 32%가 적어도 한 명의 외국 출생 발명가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혁신과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민자들이 주로 맡는 일자리가 미국 태생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직종인 경우도 많아, 실제로 직접적인 경쟁이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일자리를 두고 새로이 진입하는 이민자와 기존 이민자가 경합할 수 있고, 이는 기존 이민자들이 새로운 이민자 수용 반대로 나타날 소지가 크다.

한편, 많은 이민자가 비정규적 경로로 입국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이는 2024년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민 통제 강화를 주장하며 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민자들의 경제적 기여를 강조하면서도, 합법적 이민 경로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대립은 향후 미국 이민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가 미국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민은 노동집약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인력 수급이 개선될 수 있고, 이는 해당 섹터 기업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이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이민 물결은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도전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