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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프리카 공략 가속, 약 66조7500억원 물량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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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프리카 공략 가속, 약 66조7500억원 물량 공세

“시진핑,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회담, 경제·안보 협력 강화로 서방 견제”

중국, 아프리카 공략 계속. 사진=로이터
중국, 아프리카 공략 계속. 사진=로이터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대폭 확대하며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계기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진행하며, 향후 3년간 66조7500억원(5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고 5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무역·산업·인프라·보건·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지원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행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제 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종속’을 야기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프라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은 아프리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 감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부채 함정에 빠뜨릴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과 영향력 확대는 지난 20여 년간 계속 증가해왔다. 2000년 이후 중국의 대아프리카 투자와 지원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아프리카 전역에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높였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경제 지원 규모는 2000년 이후 누적 1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지원 규모를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중국-아프리카 연구소(SAIS-CARI)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은 아프리카에 약 197조5060억원(148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세계은행의 대아프리카 차관 규모인 약 145조4605억원(1090억 달러)을 크게 넘는 수준이다.

중국의 지원은 인프라 건설, 에너지 개발, 통신망 구축 등에 집중되었다. 예를 들면, 케냐의 몸바사~나이로비 철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경전철, 지부티의 도라레 다목적 항구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안보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평화유지군 파견, 군사 훈련 제공 등을 통해 안보 분야에서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지원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평균 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60%를 넘으며, 일부 국가들은 심각한 채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앙골라·지부티·케냐 등은 중국에 대한 부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미국과 EU도 아프리카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 규모와 방식에서 중국과 차이를 보인다. 2021년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아프리카에 150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더 나은 세상 건설(Build Back Better World)’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실행 계획은 중국보다 미흡하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지원은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되어 2023년 기준 아프리카 54개국 중 52개국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 강화는 글로벌 패권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자원이 풍부하고 신흥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향후 국제 정세와 경제 질서 재편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수출 시장을 열어줄 수 있지만,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인프라·통신·에너지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맞서기보다는 한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문화·교육·기술 이전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도 이런 글로벌 역학 변화가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아프리카 관련 산업과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되, 지정학적 위험과 부채 문제 등 잠재적 위험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