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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HBM 협력, 글로벌 반도체 지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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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HBM 협력, 글로벌 반도체 지형 바꾼다

“삼성-TSMC HBM4 협력,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새로운 균형점 모색”
“중·일 반도체 전략 재편 불가피 예상”

한국-대만 첨단 반도체 공동 개발 시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대만 첨단 반도체 공동 개발 시작. 사진=로이터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HBM4 공동 개발 협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적 동맹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술력을 결집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술인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양국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TSMC는 SK하이닉스와도 HBM 공동 생산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삼성전자와 TSMC의 HBM4 공동 개발 협력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제휴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두 기업의 협력은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향후 이 협력은 HBM을 넘어 다른 첨단 메모리 기술이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반도체나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서 양사의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특히 이런 협력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의 반도체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갈 수 있다.

중국의 관점에서 이번 협력은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는 가운데 중국 입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기술 연합은 기술 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술 봉쇄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압박”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 가속화, 러시아 등 다른 기술 선진국과 대안적 협력 관계 모색, 그리고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 지위를 활용한 시장 압박 전략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도 이번 협력은 복잡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TSMC와의 협력을 통해 구마모토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에 한국-대만 기술 연합은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에는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응해 일본은 TSMC와의 협력 심화, 소재 및 장비 분야 강화, 그리고 미국·유럽 등 다른 기술 선진국들과 다각화된 국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국-대만 연합의 기술력 결집은 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 혁신을 가속해 전체 산업의 발전 속도를 높일 것이다. 또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대만 연합은 새로운 공급망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 재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인텔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도 이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 있어 이는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협력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기술 의존도 심화로 인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서로의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 둘째,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대만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 한국-대만 연합과 그 외 국가들 사이에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규제 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위험 관리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독자적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다각화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위험 분산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TSMC의 협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가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반도체 전략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협력의 균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런 지정학적 변화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주시하며,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