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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핵심' 세계 니켈·코발트 시장 완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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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핵심' 세계 니켈·코발트 시장 완전 장악

“고압산침출법(HPAL) 기술 혁신으로 니켈·코발트 공급 주도, 서방기업 퇴출 가속화”

중국 희귀금속 채굴 기술 최고 수준 도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희귀금속 채굴 기술 최고 수준 도달. 사진=로이터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채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각) 중국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이 실패한 고압산침출법(High Pressure Acid Leach, HPAL)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저품위 광석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효율적으로 추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HPAL 공장을 빠르게 건설하며 글로벌 니켈·코발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HPAL 기술은 저품위 니켈 광석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는 고급 제련 방법으로, 약 250°C의 고온과 고압 조건에서 황산을 사용하여 광석을 처리한다. 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라테라이트 니켈 광석에 적용되며,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다고 여겨졌던 저품위 광석에서도 유용한 금속을 추출할 수 있어 자원 활용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HPAL 기술은 중국이 독점적으로 장악한 기술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니켈의 비중은 2015년 34%에서 올해 58%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HPAL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HPAL을 대체할 만한 경쟁 기술은 없지만, 침출, 용매 추출, 전기 정련 등 다른 니켈 추출 방법들이 병행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저품위 광석 처리에 있어 HPAL보다 효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HPAL 기술은 고온, 고압, 강산 사용으로 인해 장비 부식이 심하고 운영이 복잡하여 기술적으로 어렵다. 또한, 대량의 산성 폐기물이 발생하여 환경 관리가 중요한 이슈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이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의 성공적인 상용화로 글로벌 니켈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HPAL 기술의 성공적인 구현은 니켈과 코발트 공급 확대로 이어져, 전기차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관련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성공은 서구 기업들의 퇴출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 뉴칼레도니아, 브라질, 미국의 니켈·코발트 광산들이 중국산 저가 광물 유입으로 폐쇄되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호주 BHP는 지난 7월 서호주 니켈 사업 중단을 발표했으며, 독일 BASF와 프랑스 에라메트도 인도네시아 HPAL 시설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필수적인데, 중국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한국 기업들의 원료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나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성공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기업의 끈기 있는 기술 개발이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값싼 정부 대출을 활용해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추고,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HPAL 기술을 완성했다. 또한,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과 광물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져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이런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만큼, 관련 중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서구 광산 기업의 실적 악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중국 기업들의 환경 영향과 노동 문제에 대한 위험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HPAL 기술 혁신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공급망 안정성과 환경 문제 등의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