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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수집 시장, 감상에서 투자로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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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수집 시장, 감상에서 투자로 대전환

“안전한 금고에 갇힌 예술, 수집의 본질 잃어가는 시장”

글로벌 예술 작품 시장의 변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예술 작품 시장의 변화. 사진=로이터

글로벌 예술품 수집 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한때 열정과 감상의 대상이었던 예술품들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예술품 시장의 본질을 흔들고 있으며, 예술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FT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슈퍼리치의 수요와 저금리 기조로 인해 고가 수집품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에, 전문 투자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예술품의 투자 가치가 감상의 가치를 압도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가장 가치 있는 예술품들이 공공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있다. 많은 작품이 안전한 지하 저장고나 자유무역항에 보관되고 있어, 대중들이 이를 감상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불어, 도난 위험의 증가로 인해 수집가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이는 예술품 감상의 기회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

글로벌 예술품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트 바젤과 UBS의 “The Art Market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예술품 시장의 총 매출은 674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41억 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예술품 시장이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 예술품 시장도 이런 글로벌 경향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규모는 약 3,8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NFT 등 디지털 아트의 등장으로 새로운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예술품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갤러리와 경매사들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예술품 보관 및 보험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또한, 예술품 펀드와 같은 새로운 투자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 투자 가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나 상업성이 떨어지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는 이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술품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유동성이 낮고 가치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보관, 보험, 인증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예술의 공공성과 투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고가의 예술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공공 전시와 연계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예술품 수집 시장의 변화는 투자 다변화와 시장 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예술계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투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