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베트남 북부를 강타한 태풍 ‘야기’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생산 시설이 큰 피해를 보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대기업의 공장이 위치한 하이퐁과 박닌 지역의 산업 단지가 침수되고 일부 건물이 파손되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11일(현지시각) 현지 사우 증, 응어이 완삿 등이 상세히 보도했다.
LG전자의 경우, 하이퐁시 안즈엉 산업단지 내 위치한 대규모 생산단지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산업 단지는 LG그룹의 핵심 생산기지로, 72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곳이다. LG전자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와 5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집중된 이 지역은 LG그룹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태풍 야기의 강풍과 폭우로 인해 LG전자 공장 건물 일부가 붕괴하는 큰 피해가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러닝센터’ 공장의 피해다. 이 시설은 LG전자의 첨단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직원들의 기술 교육을 담당하는 핵심 시설로, 공장 일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붕괴한 부분은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태로, 이는 단순한 생산라인의 일시 중단을 넘어서는 문제다. 러닝센터의 피해는 향후 생산 효율성과 기술 혁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LG전자의 장기적인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박닌성 다이동-호안손 산업단지 내 위치한 공장에서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었다. 9월 11일 오전, 폭우로 인해 공장 부지의 배수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삼성산업 마당 전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침수는 공장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까지 퍼져, 생산 시설 일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았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특성상, 습기에 매우 민감한 정밀 장비들이 침수 피해 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히 물을 빼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장비의 점검과 수리, 때에 따라서는 교체가 필요할 수 있어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 박닌성 당국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 배수 작업을 진행했고, 같은 날 오후 4시경에는 홍수 상황이 기본적으로 통제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피해의 정도와 향후 복구에 들 시간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생산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두 기업 모두 베트남 현지 생산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미칠 파장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재고를 충분히 비축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어 공급에는 문제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비단 삼성과 LG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이퐁 경제구역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 내 9개 산업 단지에서 다수의 공장이 지붕 파손,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일본-하이퐁 산업 단지의 경우 9개 기업이, 베트남-싱가포르 하이퐁 산업 단지에서는 17개 기업이 공장 지붕 손상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정부와 지방 당국은 피해 기업의 신속한 생산 재개를 위해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팜 민 찐 총리는 하이퐁시에 피해 기업들에 대한 세금 및 수수료 지원 정책을 제안하도록 지시했으며, 박닌성 당국도 삼성전자 공장의 배수 작업을 직접 지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태가 한국 기업들의 장기적인 생산 활동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속한 복구 작업에 착수했으며,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일부 제품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공급망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위험 관리 능력과 대체 생산 시설 확보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환경 대응 전략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번 태풍 피해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자연재해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향후 기업들은 생산 시설의 안전성 강화와 함께 다각화된 공급망 구축, 현지 정부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위험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베트남 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생산 활동 유지에 기여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