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알리 파이낸셜의 CFO 러셀 허친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생활비 상승과 고용 여건 악화로 인해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소비자들의 재정적 압박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자동차 대출 잔액의 약 8%가 30일 이상 연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는 수치로, 2021년 경기부양책 시행 당시 5%였던 최저치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미국의 자동차 대출 총액은 약 1조6000억 달러였다. 이 수치를 2024년 2분기에도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8%의 연체율은 약 1280억 달러에 해당하며, 이는 한화로 약 17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알리 파이낸셜이 보고한 60일 이상 연체 사례의 급증과 회수 불가능한 부채의 증가다.
60일 이상 연체 사례의 급증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30일 연체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발생할 수 있지만, 60일 이상의 연체는 차주의 재정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는 대출 기관의 손실로 직결되며, 궁극적으로 대출 금리 상승이나 대출 조건 강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주요 원인은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그리고 자동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들 수 있다. 익스페리언 보고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현재 전체 자동차 대출의 약 4%가 월 상환액이 1000달러 이상이다. 2020년 같은 기간의 1%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는 직접적인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를 기록했으나, 이 추세는 하반기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미국 자동차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은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체 금융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캐피탈과 기아파이낸스와 같은 자동차 금융 회사들은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대출 심사 기준을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한편,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의 위기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의 변화, 기업들의 대응 전략, 정부의 정책 지원 등에 따라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상당한 규모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고려 요인으로는 직접적인 매출 감소, 대출 조건 강화로 인한 판매량 감소, 자체 금융 서비스의 위험 노출 증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 그리고 추가 대손충당금 부담 등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1~2년간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받을 수 있는 재정적 영향은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의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며, 실제 영향은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성공 여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추진 중인 친환경 차량 투자 확대, 생산 효율성 제고, 혁신적인 금융 상품 개발 등의 대응 전략이 이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 둘째,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제품군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자체 금융 서비스 위험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유연한 할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 위기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중대한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 개발, 효율적인 생산 체계 구축, 그리고 유연한 금융 서비스 제공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