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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입자 25%, 소득 절반 이상 주거비로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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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입자 25%, 소득 절반 이상 주거비로 지출

“치솟는 임대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 소비 위축과 사회 불평등 심화 우려”

사장 최고 수준에 도달한 미 주거비 부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장 최고 수준에 도달한 미 주거비 부담. 사진=로이터


미국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발표된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세입자의 25.6%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는 저렴한 주택 부족, 임대료 상승, 소득 정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미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미국인 인식을 보여주는 지난 5월 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저렴한 주택 부족을 미국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민주당 당원의 83%, 무소속의 71%, 공화당 당원의 68%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하버드 공동 주택 연구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세입자의 절반이 임대료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연간 소득 약 4,000만 원(30,000달러)에서 약 1억 원(74,999달러) 사이의 중산층 세입자 가구에 부담이 가장 크게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소득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중간 임대료는 2001년 대비 21%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세입자의 소득은 2% 증가에 그쳤다. 이런 임대료와 소득 증가율의 격차는 세입자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닝컨설트의 조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2개월 동안 임차인의 44%가 월 임대료가 인상되었고, 주택 소유자의 26%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더욱이 응답자의 65%는 지난해 지역 주택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답했고, 52%는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플로리다주의 포트 세인트루시(36.6%), 케이프 코럴(35.1%), 팜 베이(34.3%) 등에서 임대료 부담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타주 오그던(17.9%), 노스웨스트 아칸소(18%), 캔자스주 위치타(18.7%) 등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인종 간 격차도 두드러져, 흑인 세입자의 30.6%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반면, 백인 세입자는 23.4%에 그쳤다.

흑인 세입자가 백인 세입자보다 더 높은 비율로 소득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는 점은, 주택 문제가 인종 간 불평등 문제와 연결되어 인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주거비 부담 증가는 미국 경제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

모닝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성인 30%는 겨우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23%는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저소득 가구에서 상황이 심각한데, 연 소득이 약 6,700만 원(50,000달러) 미만 사람의 32%가 지출을 충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회적으로는 주거 불평등 심화와 노숙자 증가 등의 문제가 더 부각할 전망이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응답자 52%가 지난 1년 동안 지역 내 노숙자가 증가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2023년 5월 조사 대비 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도시 지역 응답자(62%)가 교외 지역(51%)이나 농촌 지역(44%) 응답자보다 노숙자 증가를 더 많이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선을 앞둔 가운데 정치적으로도 주거 문제가 2024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모닝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모든 정당의 응답자들이 대선 후보들이 주택 가격 부담 위기에 해결책 제시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숙자 문제를 크게 줄이는 것, 그리고 노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안정적인 주택을 갖도록 돕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다루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각 후보의 주택 정책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배런스는 13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주택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그 한계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생애 최초 구매자를 위한 보조금과 개발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첫 구매자의 경우 계약금으로 최대 약 3,400만 원(25,000달러)를 제공하고, 저렴한 임대 주택을 건설하는 개발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하며, 약 53조 2,800억 원(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 혁신 기금”을 조성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규제 완화, 연방 토지 건설,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등을 해결책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배런스는 이런 정책들이 시행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완만한 금리 인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주택 판매를 더 부추겨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 의회와 법적 도전 등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이런 제안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이런 미국의 주택 시장 동향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 소비 시장 위축은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국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시행될 경우, 건설 자재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임대료 상승 제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투자자들은 주택 시장의 변동성에 주의를 기울이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구조 변화와 도시화 추세 등을 고려한 투자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런스는 이와 관련, 주택 건설업체 주식에 대한 투자 전망도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건설업체 주식은 현재 52주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대형 주택 건설회사 뒤알 허튼, 펄트그룹, 레나 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주택 임대료 부담 증가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넘어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해결책 마련이 향후 미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