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노숙자, 이민자 유입·주거난 심화로 역대 최고치...대선 '시한폭탄'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美 노숙자, 이민자 유입·주거난 심화로 역대 최고치...대선 '시한폭탄' 우려

“2024년 노숙자 수 65만 명 돌파 가능성...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 우려”

미국, 노숙자 사상 최대치 도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숙자 사상 최대치 도달. 사진=로이터
미국의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노숙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 급증, 주거비 상승,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WSJ이 전국 250개 이상의 노숙자 서비스 기관에서 수집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초 하룻밤 기준 노숙자 수는 약 5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공식 발표하는 2024년 노숙자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 2023년 추정치인 65만3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숙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텍사스에서 시카고와 덴버 등 북부 도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 이민자들의 유입이다. 특히, 시카고의 경우 노숙자 수가 3배 이상 증가해 1만8800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70% 이상이 보호소에 있는 이민자였다.

둘째,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 심화다. 팬데믹 시대 각종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많은 가정이 퇴거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임대료 지원, 퇴거 유예, 실업 수당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들이 점차 종료되면서, 많은 저소득 가구들이 밀린 임대료와 높아진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동시에 주택 시장의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이 겹치면서, 주거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가구가 노숙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실제로 노숙자가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정신 건강 문제와 펜타닐 중독 등 사회적 문제의 복합적 작용이다.

노숙자 문제의 심화는 미국 사회에 여러 파장을 몰고 올 것 같다.

우선 2024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 정책과 주거 안정성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며, 후보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노숙자 문제의 심화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 중산층의 약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 등이 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주거 문제를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의 건전성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노동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어,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출 증가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택 시장과 관련 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저렴한 주택 공급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 공공 주택 건설 및 개발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노숙자 지원 서비스 관련 산업의 성장도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노숙자 증가로 인한 도시 환경 악화가 부동산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와 피닉스 등에서는 노숙자 수가 감소했으며, 정부도 퇴거 위기에 처한 저소득 세입자를 위한 법적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전국적인 노숙자 증가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 정책 재검토,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정신 건강 및 중독 문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 등 다각도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주거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의 근본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노숙자 문제는 미국 사회의 주요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