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인도 현지 언론 민트는 세계 5위 경제대국 인도와 G3 위상의 EU 간 경제 협력 강화가 양측의 경제 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제휴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쟁점으로는 EU의 환경 규제인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과 무산림 제품 규정(EU-DR)에 대한 인도 산업계의 우려 해소가 떠올랐다. EU의 친환경 규제는 인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CBAM으로 인해 철강·시멘트 등 탄소 집약적 산업의 대EU 수출 비용이 20~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EU-DR은 커피·고무 등 농산품 수출에 추가적인 인증 및 관리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FTA 협상은 경제적 측면을 넘어 지정학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인도와 EU의 결속 강화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EU FTA 체결 시 중국의 대EU 수출이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섬유, 전자제품, 기계류 등의 분야에서 인도 제품이 EU 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번 FTA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의 연장선에서 EU 기업들이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기지를 일부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FTA 체결 후 5년 내 EU의 대인도 직접 투자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글로벌 트레이드 리서치 이니셔티브는 인도 GDP가 0.8~1.6%, EU GDP가 0.1~0.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산업연합은 2023년 조사에서 인도의 대EU 수출이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1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위원회도 2021년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EU의 대인도 수출 52% 증가, 인도의 대EU 수출 48% 증가, EU의 실질소득 연간 80억 유로 증가를 예측했다.
그러나 양측의 규제 환경과 산업 구조 차이로 인한 갈등 요인도 존재한다. EU의 엄격한 환경·노동 기준과 인도의 보호무역 정책 간 조화가 과제로 남아있으며, 인도 중소기업들의 EU 기술 표준 충족 여부도 관건이다.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이번 협상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시한다. 인도-EU 간 무역 장벽이 낮아지면 한국 기업의 대(對)인도 투자를 통한 EU 시장 진출 전략이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반면에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에서 인도와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EU FTA는 글로벌 경제 역학 관계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심화된 글로벌 무역의 블록화 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의 주요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번 FTA의 진행 상황과 그 영향을 주시하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