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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신뢰도 끝없는 추락...글로벌 항공산업 지각 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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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신뢰도 끝없는 추락...글로벌 항공산업 지각 변동 예고

“조직문화 혁신과 노사 화합이 관건. 한국 항공산업에도 중요한 함의”

글로벌 최대 항공사 보잉, 혁신 어디로.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최대 항공사 보잉, 혁신 어디로. 사진=로이터

보잉의 길어지는 위기가 글로벌 항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 위기를 넘어 미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고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737 맥스 8 사고 이후 계속된 신뢰 하락, 스타라이너 프로그램 실패, 그리고 최근의 대규모 노조 파업까지, 한때 항공우주 산업 선두 주자였던 보잉의 추락이 가파르다.

보잉의 최근 위기는 여러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심화하였다. 737 맥스 8사고는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두 차례의 치명적인 항공기 추락 사고다. 항공기의 자동 비행 제어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346명의 승객과 승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이 중단되었고, 보잉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스타라이너 프로그램은 보잉이 NASA와 계약하에 개발 중인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로, 여러 차례의 시험 실패와 지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 비행에서 국제우주정거장에 도달 못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보잉의 우주 기술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의 대규모 노조 파업은 33,000명 이상의 보잉 직원이 참여한 대규모 노동 쟁의로,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보잉 생산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보잉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기업 문화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97년 맥도넬 더글러스와 합병 이후 엔지니어링 중심 혁신 문화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관료주의적 문화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품질관리 실패와 안전 문제로 이어졌고, 급격한 브랜드의 가치 훼손을 초래했다.

새로 취임한 켈리 오트버그 CEO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진행 중인 노조 파업을 해결하고, 동시에 근본적인 기업 문화 혁신도 이뤄내야 한다. 오트버그는 “진정한 문화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실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3,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참여한 이번 파업은 연간 35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보잉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보잉의 위기는 미국 항공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에어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COMAC(Commercial Aircraft Corporation of China)과 같은 신흥 제조업체들의 성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에어버스는 이미 안전성과 신뢰도 면에서 긍정 평가를 받고 있으며, 보잉의 위기로 인해 많은 항공사가 에어버스 기종으로 주문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 기준으로 에어버스는 약 58%, 보잉은 약 42%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보잉이 계속되는 품질 문제와 노동 파업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정확한 수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에어버스가 단기적으로 60~6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중국의 COMAC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국 항공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보잉 위기로 인해 일부 항공사들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COMAC과 같은 신흥 업체들의 제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수십 년간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구도로 유지되어 온 글로벌 항공기 제조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기존 업체에 혁신과 효율성 향상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항공기 기술 발전과 가격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투자자에게 보잉은 여전히 ‘위험한 베팅’으로 인식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보잉의 신용등급은 불량채권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주가 역시 지난 5년간 4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보잉의 시스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완전한 붕괴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오히려 보잉 주식의 장기적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투자자는 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현금 담보 풋옵션 매도와 같은 전략을 통해 단기적 거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항공산업에도 보잉 위기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기종 다변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에어버스 의존도를 높이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국산 여객기 개발에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 국내 항공우주 산업계는 이를 기회로 삼아 기술력 향상과 시장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보잉의 사례는 기업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단기적 이익에 치중하기보다는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 그리고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이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